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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불임금 포기하겠다"…이스타 노조 매각 위한 '초강수'
"인수딜 성사·고용유지 전제로 고통분담"
제주 "운수권 특혜 없었다"…노조 "단독신청 증거 대야"
2020-07-14 14:54:42 2020-07-14 15:17:51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제주항공으로의 매각을 위한 딜 클로징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체불임금을 포기하겠다며 고통 분담 의지를 밝혔다. 인수 무산으로 일자리를 잃는 것보다 체불임금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부채) 중 체불임금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라 이스타항공 노조의 임금 포기가 딜 성사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공운수노조와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등 전국민주노조총연맹은 1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이스타항공 사태 해결을 위한 공개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인력감축 중단과 총고용을 보장하는 고용보장협약서 체결을 전제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고통 분담(임금삭감 및 체불임금 일부 반납)에 대해 성실히 협의하고 도출된 합의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인수 매각 협상을 끝내고 운항을 재개하라"고 덧붙였다.
 
1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위원장(왼쪽 두번째)과 민주노총 간부들이 이스타항공 사태 해결을 위한 공개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금 포기, '제주항공 인수' 전제 따라야"
 
다만 노조는 제주항공이 인수를 하겠다는 전제조건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제주항공이 인수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동의서에 서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제주항공,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누구도 임금반납 동의서를 요구한 적이 없는데 사측과 근로자대표가 왜 이것을 요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근로자대표가 권한도 없이 사측과 임금반납 협상을 마친 후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돌리는 것은 임금반납 여론을 형성하고 강요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임금반납 동의서에는 제주항공이 인수를 하겠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고용유지까지 보장돼야 임금반납에 동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미지급금 체불임금과 각종 시설 사용료 미지급금 1000억원가량과 타이이스타젯 보증 등의 문제를 오는 15일까지 해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 사측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 반납 투표를 진행하고 동의서를 돌리는 안을 검토하는 등 미지급금 규모 줄이기에 나섰다. 임금 반납 투표 결과 조종사노조를 제외한 직원 1261명 중 42%가 투표에 참여해 이 중 75%가 임금 반납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불임금 반납 규모에 대해 박 위원장은 "이스타홀딩스 지분 헌납에 따른 체불임금 해결 비용에 대해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의 주장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 산정되고 필요한 반납분을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이스타항공 대주주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 일가가 헌납한 지분 대금이 얼마로 산정되는지를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놨다. 이스타항공은 계약 내용 변경을 통해 조정할 시 지분 헌납으로 150~200억원의 자금을 임금체불에 사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제주항공은 실제 귀속되는 금액이 80억원에 불과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지지부진한 딜에…"정부도 나서야"
 
이날 노조는 정부가 현 사태에 책임감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부는 대한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공적자금을 두 차례 투입했는데, 같은 기간산업인 저비용항공사(LCC) 산업은 왜 방관하느냐"며 "정부가 나서서 애경그룹·제주항공의 횡포를 막고 합리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을 촉구하고 고용노동부가 체불임금 문제를 중재하며 개입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노조는 고용부와의 면담에서 고용 보장이 전제된 임금 포기 의사를 밝혔지만, 제주항공은 "체불임금이 해결되더라도 이는 전체 미지급금의 15% 수준"이라며 '계약 파기'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제주항공이 이러한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고통 분담 선언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를 거부하고 이스타항공을 파국으로 내몰 경우,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은 범사회적 시민대책위를 구성해 사태의 책임을 묻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노조는 제주항공이 인수를 대가로 운수권 배분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하며 인수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5월 제주항공은 국토부가 배분한 25개 노선 중 11개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제주항공이) 신청한 13개 노선 중에서 9개는 단독 신청한 비 경합 노선"이라며 "단독으로 신청한 노선 배정에 대해 누구도 특혜라고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25개 중 11개 노선을 몰아줄 순 없다"며 "단독으로 신청했다는 증거를 제시하면 믿겠다"고 반박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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