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열연사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포스코, KG동부제철에 이어 현대제철마저 전기로 열연공장을 매각하기로 하면서다.
전기로는 철광석 등 연료로 쇳물을 뽑아내는 고로(용광로)와 달리 철스크랩에 열을 가해 철근 등을 생산하는 설비다.
생산속도가 빨라 수주와 생산이 유연하고 납기 대응면에서도 고로보다 효율적이다.
그런데 철강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둔화, 전기로 경쟁력 저하가 발목을 잡았다.
전기로는 철광석으로 철강을 만드는 일관제철소에 비하면 비용이 적게 들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기 힘든 것이 단점이었다. 최근 철 스크랩 가격 급상승으로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
이에 현대제철은 이달 1일부터 열연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생산량을 당초 연간 100만톤에서 70만톤으로 줄일 계획이었다.
그런데 가동 중단을 결정한지 한달도 되지 않아 열연공장 매각 방침을 세웠다. 수요 둔화를 버티지 못하고 열연사업을 접게 된 것이다. 이에 열연공장 근무 인원 275명은 다른 부서나 공장으로 전환 배치된다.
이미 KG동부제철과 포스코는 2014년 이후 일찌감치 전기로 열연사업을 접었다. 현대제철이 지난 2005년 5월 전기로 열연사업을 개시한지 15년만에 공장 매각 방침을 밝히며 국내 열연사업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더이상 한국산 열연제품은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열연사업 뿐만 아니라 철강업계 전반적으로 수급상황이 악화됐다. 이에 세아베스틸은 이달부터 군산공장 전기로 4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동국제강도 수요가 감소한 지난해부터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그러면서 철강사 2분기 실적 전망은 더욱 암울해졌다. 2분기에 저점을 찍고 3분기에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철강 시황 악화에 철강업계 CEO들은 철강업을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 포함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철강사는 산업구조 고도화, 신성장 사업 발굴, 원가절감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실행하고 불필요한 투자는 미루겠다는 방침이다. 이제는 정부도 철강업 현실을 반영한 산업 지원정책을 발빠르게 내놓아야 할 때이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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