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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호주 싸움에 끼인 한국 철강업 '전전긍긍'
철광석 가격 100달러 돌파…"철강사 부담 확대 우려"
2020-06-10 06:02:12 2020-06-10 06:02:12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철강재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1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중국이 가격 인상을 저지하기 위해 호주 길들이기에 나섰다. 가격 협상 주도권을 쥔 철광석 메이저와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면서 중간에 끼인 한국 철강업계는 애만 태우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철광석 가격이 톤당 100달러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호주산 철광석 가격은 5일 100.5달러를 기록했고 중국다롄상업거래소(DCE) 철광석 선물 가격도 104.8달러로 상승했다. 
 
철강제품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100달러를 돌파했다. 가격 협상 주도권을 쥔 철광석 메이저와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어 국내 철강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뉴시스
 
원재료 가격 상승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중국 내 철강수요가 증가한 것이 1차적인 원인이다. 코로나 사태로 브라질, 호주 등 메이저사 생산이 아직 월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내 철강 수요가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회복 기대감도 한몫했다. 최근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나고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2018년 철광석 평균 가격이 60달러대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 상승세에 의문이 든다. 이는 가격협상 주도권을 가진 철광석 메이저사가 가격 조정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브라질 발레사를 비롯, 호주 리오틴토, BHP빌리턴 등 3개사는 전 세계 철광석 무역량의 70%를 차지한다. 이들은 철광석 가격협상 주도권을 쥐고 있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을 수출기회로 엿보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중국은 호주산 철광석 통관을 지연시키며 길들이기에 나섰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중국은 이달 1일부터 호주산 철광석에 대한 새로운 관세 절차 규정을 시행했다. 중국이 수입하는 철광석 중 호주산 비중이 60%에 육박한다. 중국은 올 1분기에만 호주로부터 철광석 5400만톤을 수입했다. 새로운 관세 규정으로 브라질산 철광석 수입분은 검사없이 통관시키는 반면 호주산에 대해선 검사를 더욱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에 원재료 가격을 낮추라는 경고다. 
 
중국이 호주를 압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4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코로나19 발원과 관련해 조사하자고 제안했다가 중국으로부터 호주산 소고기 수입금지라는 경제 보복을 당했다. 중국은 호주산 보리에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데 이어 이제는 철광석으로까지 보복성 조치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철광석 주요 수출국과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힘겨루기에 들어가면서 철강업계 불확실성이 커진다. 철강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이미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이에 포스코 포항 및 광양제철소는 오는 16일부터 일부 생산설비 가동을 멈춘다. 철강 수요가 감소하자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이다. 광양 3고로는 지난달 말 개수를 마쳤지만 가동을 재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유급 휴업도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인력 구조조정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도 이달 1일부터 당진제철소 전기로 박판열연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번 중단은 지난 2005년 박판열연 상업 생산을 개시한지 15년 만이다. 이달 수주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 가동 중단이 불가피했다. 
 
이처럼 철강업계는 긴 불황의 그늘에 들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가격상승을 두고 보지 않겠다고 철광석 메이저를 압박하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며 "철강 수요가 감소하는데 원재료 가격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가격 결정력이 없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이 상승할 수록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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