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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주식 양도세 부과, 더 유리할 수도
잦은 매매·고만고만한 성과, 거래세 적합하지 않아
손익통산·손실이월 적극 활용…양도세 공제한도 주면 ‘탱큐’
2020-06-16 13:00:00 2020-06-16 13:34:39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정부가 오랫동안 논의되던 증권세제 개편 카드를 꺼내들었다.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축소, 폐지하고 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투자 실력이 좋아 투자원금 대비 매매수익을 많이 내고 있다거나 평소 매매가 빈번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양도세 과세 체제가 불리해 보인다. 하지만 고만고만한 투자성적을 내고 있는 다수의 투자자들에게는 거래세 체제보다 양도세를 내는 쪽이 유리할 수도 있다. 여기엔 매매 습관과 평가손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세수 조달엔 양도세 체제가 불리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4조4733억원, 2018년 6조2412억원, 2017년 4조5083억원, 2016년 4조4681억원이 걷혔다. 유독 급증했던 2018년을 제외하면 연간 4조5000억원 안팎의 세수를 담당하고 있는 주요 세원이다. 
 
하지만 이를 양도세 체제로 전환할 경우 이만큼 걷힐지 어떨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양도세는 일단 이익이 나야 거기에 부과할 텐데, 주식 매매로 이익이 많이 날지 어떨지는 투자자 개인의 투자실력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그해 증시에 달려있다. 전체적으로 지수가 올라야 양도세를 낼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러니 천수답 증시에서 세금을 걷는 과세당국으로서는 하늘을 바라보고 지출 계획을 짤 수밖에 없다. 예측도 어렵거니와 양도세 부과시 손실액 이월 등의 제도 등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전체 세수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는 거래세를 폐지하는 것은 물론 인하하는 것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으나 이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장 오는 하반기부터 거래세가 추가로 인하될 수도 있다. 
 
세수 조달은 정부 당국자들의 몫이고, 투자자들에게는 어느 쪽이 유리한지, 세제가 개편된 이후에는 이를 반영해 어떤 식으로 매매해야 하는지를 점검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는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에 0.25%의 거래세를 원천징수하고 있다. 정확히 구분하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코스피 주식을 거래할 때는 증권거래세 0.10%에 농특세 0.15%를 더한 0.25%를 내는 것이고, 코스닥 주식과 K-OTC 주식에 증권거래세 0.25%가 부과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무슨 항목이든 0.25%를 떼어가는 것은 다를 게 없다. 아마도 이번 거래세 인하에서는 농특세도 함께 조정될 것이다. 
 
거래세는 이익에 물리는 세금이 아니라 거래할 때마다 내는 세금이다. 이 때문에 손실이 난 주식을 매도하는 데도 세금을 떼어간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익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대명제를 거스르는 과세인 셈이다. 
 
물론 거래세 체제를 양도세 체제로 바꾸는 일에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명목이든 세금은 내야하고 조세정의의 취지를 감안하면 거래가 아닌 양도차익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거래세, 매매 잦을수록 크게 증가 
 
거래세는 거래금액 전체에 매겨진다. 주식을 매수할 때 내는 것은 아니고 매도할 때만 징수한다. 주식을 매도할 때마다 낸다는 뜻이다. 매도금액 규모가 클수록 또 매매횟수가 많을수록 세금도 늘어나는 구조다. 매매손익은 중요하지 않다. 
 
이와 달리 양도소득세는 거래세와 달리 매매금액 규모나 매매횟수가 세금 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직 매매차익이 얼마나 많이 발생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이 차이가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몇 가지 예시를 들어서 확인해 보자. 다음의 <표>는 1000만원의 투자원금으로 주식에 투자해 각각의 매매에서 이익과 손실을 냈을 때를 가정해 세금이 얼마나 부과되는지 계산한 결과다.   
 
 
1번은 1년 동안 단 한번 주식을 매수·매도해 100만원의 차익을 낸 경우다. 증권사 매매수수료나 유관기관수수료 등을 제외할 경우 오직 증권거래세(농특세 포함)만 부과돼 원금+이익금의 0.25%인 2만7500원이 원천징수될 것이다. 하지만 22% 세율의 양도세 체제에서는 세금이 22만원으로 불어난다. 상당한 차이가 있다. 
 
반대로 2번처럼 매매로 손실을 본 경우라면 주식으로 손해 보고 거래세까지 내는 상황은 피할 수 있어 그나마 괜찮긴 한데, 1번에서 양도세 내는 것에 비하면 2번의 아낀 거래세 금액이 초라해 보인다. 
 
그런데 거래횟수가 늘어날수록 결과는 조금씩 달라진다. 투자자가 신이 아닌 이상 매번 매매차익을 거둘 수는 없는 노릇이고, 중간에 손실을 입는 경우도 꽤 많을 것이다. 그때마다 거래액에 세금이 붙는다고 생각해 보라. <표>에서도 매매횟수와 함께 거래세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4번과 5번 사례를 비교해 보자. 두 케이스 모두 1년간 300만원 손실을 입었지만 매매횟수가 5번이 한번 더 많았기 때문에 세금은 더 많이 낸다. 1번과 6번 케이스를 비교해도 이익금은 100만원으로 같지만 거래세는 5회를 매매한 6번 쪽이 훨씬 많았다. 우리의 투자행태나 투자성적을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1번이나 3번보다는 6번에 가까울 텐데 세금은 더 많이 내고 있다. 
 
개인투자자 다수에겐 양도세가 유리 
 
<표>에서는 1번부터 8번까지 모든 사례에서 거래세가 양도세보다 세금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매매횟수를 5회 이하로 가정한 결과라서 그렇다. 만약 7번 혹은 8번과 같은 방식으로 5회가 아니라 10회를 매매했다면 어느 쪽의 세금이 더 많을까? 양도세보다 거래세가 더 많아질 것이다. 
 
국내엔 투자자금을 1년에 10번 이상 매매하는, 즉 자금회전율이 1000%를 넘는 투자자들이 상당히 많다. 이들에겐 양도세를 내는 쪽이 유리하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겠지만, 주식투자에 참여하는 개인 중에는 최종적으로 이익을 내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는 점도 생각해볼 문제다. 이들에게도 거래세보다 양도세 부과가 낫다. 
 
물론 위의 두 경우는 투자자들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 제대로 투자하는 경우를 전제로 따져봐야 한다. 
매매가 빈번하지 않고 적은 매매에서도 이익을 잘 내는 투자자라면, 양도세 과세에서 손실금액을 이월해주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주식 투자에서 적극 활용되는 전략이다. 
 
손익통산·손실이월 적극 활용해야
 
정부와 여당은 이번 양도세 과세안에 ‘손익 통산’과 ‘손실 이월’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익이 많이 발생한 종목을 매도할 때 평가손실 중인 종목을 함께 매도해 전체 이익을 줄이는 것이다. 매도한 종목은 매도 즉시 다시 매수하면 팔았다가 사는 데 들어가는 수수료만으로 양도세를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이익보다 손실이 큰 해가 있을 경우 이듬해에 얻는 매매차익에 양도세를 낼 때 전년의 손실을 상계해 세금을 줄일 수도 있다. 정부는 손실 이월 기간을 5년까지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은 양도세 공제한도다. 현재 해외주식에 투자해서 차익이 발생한 경우 납입할 양도세를 산정할 때는 연간 250만원까지 공제한도가 부여된다. 1년 동안 차익과 손실을 합산해서 나온 이익금에서 다시 250만원을 제하고 이를 초과하는 이익에 대해서만 22%의 양도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만약 국내 주식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250만원 공제한도가 주어진다면, 위의 8개 예시 중 세금을 내야 하는 케이스는 하나도 없다. 공제한도가 250만원보다 적은 금액으로 책정된다고 해도 손익 통산이나 손실 이월 등의 조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실제로 내는 양도세는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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