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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워렌 버핏, "매력적인 주식 없다" 보유현금 사상최대
항공주 손절 등 60조 손실…“미국과 반대로 투자하지 말라”
2020-05-04 12:00:00 2020-05-04 12:13:3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워렌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주총회가 현지시간으로 지난 2일 늦은 오후에 열렸다. 해마다 이맘때면 4만~5만명에 이르는 투자자들이 전 세계에서 미국 네브라스카 오마하로 모여들어 축제처럼 행사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 이 주총도 올해는 코로나19를 피하지 못해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 대신 야후닷컴과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출처: 야후파이낸스>
 
이날 단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슈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항공주 손절매였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지난 1분기에 497억달러 한화로 60조원이 훌쩍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보유주식 평가손실이 545억달러에 달했다. 투자 부문을 제외하면 지난해보다 5.6% 증가한 58억70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4대 항공주 등의 손실이 이를 압도했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최근까지 미국의 4대 항공주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델타항공의 경우 주당 평균 46달러에 97만주를 추가 매수해 11.2%의 지분을 보유, 최대주주로 올라섰음을 알린 것이 3월이었다. 추가 매수 당시 매도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지 불과 한 달 만에 매도한 사실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일단 매수하면 장기간 보유하는 것으로 유명한 워렌 버핏이 이렇게 단기간 안에 손절매를 결정한 것은 그의 투자 이력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주주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가장 먼저 나온 질문도 항공주 매도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워렌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은 “항공산업의 미래가 매우 불확실하다”면서 "3~4년 이후에도 사람들이 예전처럼 비행기를 많이 탈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흥미로운 점은 워렌 버핏의 항공주 투자 실패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워렌 버핏은 1990년대에도 항공주에 투자했다가 쓴 맛을 본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줄곧 항공주에 대해 “항공업계의 자금 수요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표현을 쓰며 비관적인 시각을 유지했으나 2016년에 돌연 항공주를 대거 매수해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워렌 버핏이 1930년생 고령임을 감안할 때 그의 생애 다시 항공주 투자로 두 번의 실패를 만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렌 버핏 회장이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주주총회에서 버크셔 헤서웨이의 사업 내용과 주식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야후파이낸스>
 
항공주 매도로 인해 투자자들은 다른 관심사가 생겼다. 대규모 매도만 했을 뿐 매수가 없어 현재 버크셔 헤서웨이가 1370억달러, 167조원의 현금을 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또한 버크셔 헤서웨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이다. 
 
주주들이 미국 주식을 사는 게 좋다고 말하면서 이번 하락장에서 주식을 매수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워렌 버핏은 “매력적인 것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던 것과 달리 매력적인 주식이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항공주를 대거 매도해서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갖고 있는데도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매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은 시장의 하락을 예상한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는 시장을 전망했다기보다는 평소 버텀업(bottom-up) 방식의 투자를 하는 투자스타일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개별기업에 집중해 시장의 출렁임과 상관없이 성장하며 이익을 낼 수 있는 매력적인 기업을 찾는 중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워렌 버핏은 이날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Anything can happen in terns of markets)”면서도, “미국과 반대로 투자하지 말라(never bet against America)”며 미국 주식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항공주 투자 실패에도 불구하고 워렌 버핏은 여전히 전 세계 투자자들의 존경을 받는 투자의 현인이다. 이번 대규모 투자손실을 이유로 그를 평가절하하는 투자자들이 늘었지만,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이런 비판을 뛰어난 성과로 보란 듯 극복했다.
 
따라서 버크셔 헤서웨이가 어디에 투자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 미국 경제채널 CNBC는 버핏와치(BUFFETT WATCH)라는 메뉴를 만들어 버크셔 헤서웨이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거의 실시간으로 집계해 공개하고 있다.(www.cnbc.com/berkshire-hathaway-portfolio) 이에 따르면 투자비중1위는 애플로 현재 평가금액이 725억달러에 이른다. 2위를 차지한 BoA 평가액의 3배를 넘는 규모다.  
 

<출처: CNBC 버크셔 헤서웨이 포트폴리오 트래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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