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력 낭비만 부른 DLF 'CEO 징계'
법조계 "금감원, 손태승과 소송 이미 진 싸움"…징계 명분 찾으려 무리수
입력 : 2020-03-29 12:00:00 수정 : 2020-03-29 12:00:00
[뉴스토마토 최홍·신병남 기자]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무리한 금융권 CEO 징계가 결국 행정력과 예산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징계에 반발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소송에 나선데다 법원이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금감원은 체면만 구겼다. 
 
금감원은 이번 법원 결정에 항고했지만, 법조계에서는 통상 가처분 신청 인용을 뒤집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항고해도 인용될 가능성은 적다"며 "집행정지 요건이 처음부터 매우 명확했기 때문이다. 손 회장 측의 불이익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가처분 신청 인용을 뒤집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통 항고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항고를 하는 이유는 감독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본안소송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이 승소를 한다고 하더라도 손 회장 측은 지속적인 항소를 통해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실효성이 없는 법정공방을 보여주기식으로 진행하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본안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손 회장의 중징계에 대한 효력을 부활시키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금감원이 최종 승소하면 손 회장이 연임 전에 받은 중징계가 효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법조계 의견은 회의적이다. 손 회장 측이 본안소송에서 지더라도 다시 중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임기를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항소를 통해 2심에 돌입할 수 있다. 이처럼 손 회장 측은 가처분 신청과 항소를 통해 임기종료 때까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금감원이 손 회장의 임기를 중지시키기 위해서는 손 회장의 임기(3년) 내에 최종승소를 거두는 방법 뿐이지만, 가능성은 낮다. 법조계 관계자는 "보통 본안소송은 굉장히 길게 진행된다"며 "금감원이 최종 승소해도 이미 손 회장의 임기는 끝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3심에 최종승소하더라도 이미 손태승의 임기가 다 끝난 상태라면 재판은 각하(종료)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손태승의 임기를 중지시킬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무리하게 소송을 진행한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감독당국의 의지의 표현이라긴 하지만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행정소송 전문변호사는 "행정청이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이렇게 무리하게 덤비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윗선 눈치를 보기 위해 강행하는 공공기관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윤석헌 금감원장. 사진/ 뉴시스
 
최홍·신병남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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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홍

무릎을 탁 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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