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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K-TROT의 글로벌화’를 꿈꾸며
2020-03-13 06:00:00 2020-03-13 06:00:00
참 재미있다. 모 방송사에서 하는 트로트 경연 관련 프로 말이다. 보고 있으면, 빠진다. 그것도 푹 빠져든다. 나도 모르게 몸속에 깃들어 있던 흥이 벌떡 일어나는 것 같다. 즐긴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 싶다. 지상파 방송이 아닌 종합편성채널에서 기획하였고 밤이 늦은 시간에 방송됨에도 불구하고, 30%가 넘는 시청률은 분명 화젯거리가 되기 충분하다.
 
지금 우리는 트로트 전성시대를 살고 있는 것일까. 필자가 2019년 방송된 것과 2020년 방송되고 있는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을 검색해보니,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트로트 퀸’, ‘나는 트로트 가수다’, ‘트롯신이 떴다’ 등등, 지상파고 종편이고 할 것 없이 참 많다. 외형적으로도 그렇고 실질적으로도 트로트가 인기 절정이다. 무엇보다 트로트가 중년세대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편견을 깨고 요즘은 젊은 사람들에게 파고들었다는 점은 고무할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왜, 뜬금없이 가요전문가도 아니고 방송전문가도 아닌 필자가 트로트 얘기를 꺼냈을까. 조금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와 관련한 답은 다음의 두 가지 제안으로 대신한다. 우선, 향후 K-TROT를 기존의 K-POP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발전시켜 보자는 의견을 제시한다. 단순히 국내에서만 즐기기에는 아깝다. 이는 단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하리라 믿는다. 왜냐하면, 트로트 경연을 펼치는 우리 젊은이들의 실력이 너무나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우리 한민족은 옛날부터 노래를 사랑하고 즐겨 부른 민족이었다. 간혹, 외국인으로부터 한국인은 노래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얘기를 듣는 터라, 방송을 지켜보면서, 아, 저들의 노래는 분명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이구나, 얼마든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물론, 기존의 트로트 가수들이 이들을 이끌어주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현역 가수들과 이들이 힘을 합친다면, 그 에너지는 우리가 생각보다 더한 폭발력으로 나타나지 않겠는가. 한 국가의 문화유산이 세계적인 것이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그 나라 고유의 것을 살리는 일’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 깊이 고민해보자. 그리고 적극적으로 그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추진해보자.   
 
다음으로, 앞에서 제시한 K-TROT를 먼저, 우리만의 고유명사로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자. 지금 사람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트로트’, ‘트롯’이라는 우리말 표기를 하나로 통일하자는 뜻이다. 이와 관련하여, 사이트 검색 등을 통해 ‘트로트’, ‘트롯’을 찾아보니, ‘트로트’의 사전적 의미는,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하나. 정형화된 리듬에 일본 엔카에서 들어온 음계를 사용하여 구성지고 애상적인 느낌을 준다.”와 “트로트는 엄연히 엔카에서 비롯한 장르였지만, 이후 트로트만의 독자성을 구축했다.”는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트로트’가 아니고, ‘트롯’으로 표기할 경우는 “‘승마에서, 말의 총총걸음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는 예도 나온다. 이 경우에는 ’트로트‘가 맞는 표현이라고 규정한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트로트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궁금하여 검색해 보았더니, “트로트, 트롯은, 한국의 음악의 장르. 엔카(演歌)에서 파생한 것이며, 일본에서는 한국 엔카라고도 불린다. 한국 내에서는 ’성인가요‘ ’전통가요‘ ’뽕짝‘이라고도 불린다.”는 문장이 읽힌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에서 정의되는 트로트에 관한 몇 가지 표현을 종합해보면, 우리부터 통일된 용어를 만들고, 그것을 세계에 통용되는 공식적인 말로 만들었으면 한다. 그것이 K-TROT를 위한 첫 단추다. 그리고 트로트의 기원이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는 말을 불편하게 들을 필요도 없다. 우리만의 독창적인 것으로 체계화하고 이론화해 나가고 실천해나가면 된다. 그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트로트 열기가 뜨겁게 일어나는 지금이 적기다. 기회는 자주 찾아오지 않는 법.
 
K-POP이 달구어놓은 한국의 음악 콘텐츠에 다시 K-TROT이 가세했을 경우를 상상해보라. 흔들리지 않은 우리의 건강하고 품격 높은 문화콘텐츠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음악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의견이라 전문성도 없고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 음악도 문학도 예술의 영역에서 같이 호흡하고 있지 않은가. 건조해지는 우리의 삶에서 ’감동‘을 찾는 일, 그것이 예술의 몫이다.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비즈니스 일본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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