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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코로나에 묻힌 법무부와 검찰 공방
2020-02-27 06:00:00 2020-02-27 06:00:00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
인류가 생태계에 과도하게 개입한 탓인지, 야생에서 유래한 것으로 믿어지는 바이러스들이 인류를 상대로 기승을 부린다. 중국발 코로나19 사태에 당면해 신앙의 자유와 전교의 자유를 혼동하는 종교 지도자들로 말미암아 전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총선도 밀리고 법무부와 검찰의 공방도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눈여겨보면 여전히 권력기관 간 용쟁호투가 계속된다.
 
본디 일심동체였던 법무부와 검찰은 작금 한 치의 양보가 없는 권력투쟁, 아니면 권한쟁의를 펼치는 중이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한 법무부 장관이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였더니 검찰총장이 지방을 순회하면서 "수사와 기소는 한 몸통"이라는 언명을 내세워 내부결속을 다지는 모습을 보인다. 장관이 계획한 검사장 회의는 코로나19 대응을 명분으로 후퇴하였다.
 
항간의 노래 중에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달도 차면 기운나니…"라는 좀 오래된 가사가 있다. 하지만 종래 무소불위의 검찰권은 절대로 기울어지지 아니할 달처럼 보였다. 당국자들은 형사소송의 합리화나 검경 수사권 조정 차원에서 수사와 공소를 논하지만 변증법적 발전단계에서 속내를 살펴보면 검찰권은 작금 정반합(正反合)에서 반(反)의 단계를 맞이하고 있다.
 
'법인류학(legal anthropology)' 관점에서 법무부와 검찰의 공방을 바라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현상들이 관찰된다. 역대 정권들에서 법무부는 검사들이 교정직을 제외한 대부분의 과장직(이상)을 차지하였다. 법무부와 검찰은 분명히 초록처럼 동색이었다. 엘리트 검사들은 지방에 가지 않고 법무부와 서울지검을 오갔다. 그 법무부가 이제 검찰과 분화되는 단계를 맞이하였다.
 
되돌아보면 검찰은 그간 몇 가지 프리미엄을 누렸다. 법무부는 독자 깃발 없이 문양만 썼는데 검찰은 법원처럼 깃발까지 내걸었다. 검찰청사의 모양과 크기도 법원청사와 동등했다. 어쩌면 세간의 권세는 검찰이 더 누리지 않았을까. 대검찰청은 중앙행정기관인 법무부의 외청이지만 의전 면에서는 3부(府)의 하나인 대법원과 맞먹었다.
 
검찰에는 법원이나 법무부에 없는 독특한 직급이 있다. '검찰의 꽃'이라는 검사장이 그것이다. 이들은 실제 검찰을 움직였다. 법원에는 각급 검찰청장처럼 각급 법원장은 있으되 판사장(?)과 같은 직급이 없다. 대법원에는 대법원장이, 국세청에는 국세청장이 그리고 경찰청에는 경찰청장이 있는데, 대검찰청에는 대검찰청장이 아닌 검찰총장이 있다.
 
직명을 두고도 여러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부하직원들이 더 많은 경찰청장이 스스로를 경찰총장이라고 부르고 싶어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입법의 아버지들은 왜 '검찰관(prosecutor)'이라는 영어를 '기소관'이라 옮기지 않고 '검사(檢事)'라고 옮겼을까. 기소보다 검·찰(수사)이 우선이었을까. 수사를 맡지 않는 검사는 기소가 불가하다면, 수사에 관여하지 않은 판사가 어떻게 재판을 맡을까.
 
같은 '영감님' 반열에 속했던 변호사들이 검사와 동등한 서열을 주장하면 검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판검사로 통칭하는 사람들은 판사 서열이 검사에 앞선다고 믿고, 검판사로 통칭하는 사람들은 그 반대라고 믿는다. 독자들은 어떻게 통칭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처럼 검사가 같은 사법시험을 거쳐 선발되었다는 이유로 판사와 동등하게 대우받는 관례는 어느 일면 장점도 있겠으나, 희귀하다.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이다.
 
신자유주의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데, 우리나라는 인구절벽 앞에서 정부청사들이 늘어나고 법원청사와 검찰청사도 늘어났다. 법과 규제가 늘어남에 따라 탈법과 불법 그리고 계약위반과 범죄가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법원청사가 늘어나는 현상은 법의 홍수로 설명이 가능한데, 송무(訟務)의 절반도 되지 아니하는 형사소송만을 다루는 검찰이 법원과 동동한 외양으로 성장함은 의구심을 낳는다.
 
법원에 없는 검찰의 수사 기능 때문에 그럴까. 그럼 수사권의 일부를 경찰에 떼어준다면, 검찰의 외형이 줄어들까. 아니면 자기복제에 능한 권력의 생리대로 검찰은 첨단수사나 특별수사로 변신할까. 갈수록 흉폭한 범죄가 늘어나는 현상은 물론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검찰권의 강화가 범죄예방과 인권보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에 관하여 평가모형을 돌려보면 좋겠다.
 
권력은 주역이 말하는 '원형이정(元亨利貞)'의 섭리에 따라 파도처럼 정점과 저점을 오간다. 권력분립 면에서 외청(검찰청)이 중앙행정기관(법무부)을 능가하여 3부(대법원)와 맞먹는 현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과도기를 지나는 법무부와 검찰의 공방에 대하여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액턴(1834~1902) 경의 언명을 덧붙이고 싶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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