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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9부 능선 넘었지만…잇단 악재에 '한숨'
수주목표 88% 달성에도 계약 해지 등 '암초' 만나
비경상적 요인으로 영업손실 두배 확대
2019-11-26 06:00:00 2019-11-26 08:12:45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삼성중공업이 올해 수주목표 78억달러의 9부 능선까지 올랐음에도 한숨을 쉬고 있다. 드릴십 건조 계약 해지, 뇌물죄 벌금 등 악재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유라시아 지역 선주로부터 15억달러(1조7824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수주했다. 이 선박은 오는 2022년 9월 인도될 예정이다. 
 
발주 시장 부진에도 수주 낭보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글로벌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가량 크게 줄었다. 선주들이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환경규제 시행을 앞두고 발주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탓이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안정적 일감확보로 연간 수주목표 78억달러 중 69억달러를 수주하면서 목표치의 88%를 달성했다. 조선 3사 중 가장 많은 일감을 확보한 것이다. 
 
매출 상승도 두드러졌다. 3분기 매출은 1조96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5% 늘었다. 4분기 연속 상승세이며 누적으로 5조1925억원을 기록했다. 해양 일감이 안정적으로 확보된 가운데 지난 2017년 수주한 상선 일감이 본격적으로 건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간 매출 목표 7조1000억원은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최진명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매출은 원래 받은 주문을 소화하는 과정으로 수주의 결과"라며 "파업을 하거나 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한, 매출(달성)은 문제가 전혀 없다"라고 전했다. 이어 수주목표 달성 가능성에 대해 "목표에 근접하거나 도달할 것으로 본다"라고 평했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수주목표 78억달러의 9부 능성까지 올랐음에도 한숨을 쉬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사진/삼성중공업
 
수주목표 달성은 가시권이지만 암초들을 피할 수는 없었다. 삼성중공업은 그리스 오션리그로부터 2013년과 2014년, 두차례에 걸쳐 드릴십을 수주한 바 있다. 드릴십은 해상플랫폼 설치가 불가능한 깊은 수심의 해역에서 원유·가스를 시추할 수 있는 설비다. 
 
그러던 중 지난 9월 오션리그를 인수한 스위스 트랜스오션이 계약 해지 의사를 밝혀왔다. 결국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선수금 5억2400만달러(6166억원) 몰취, 선박 소유권 귀속에 합의하고 건조 계약을 해지했다. 해지 규모는 각각 8544억원, 7656억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은 당장 계약 해지로 떠안은 드릴십을 재매각해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시급하다.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에는 조선업계 초호황기 시절 수주했던 드릴십이 말썽을 빚고 있다. 지난 2007년 미국 프라이드는 드릴십 1척을 삼성중공업에 발주했다. 당시는 삼성중공업이 연간 수주액 200억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수주량이 많았던 해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수주목표 78억달러의 9부 능성까지 올랐음에도 한숨을 쉬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사진/뉴시스
 
문제는 수주 과정에서 생겼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드릴십 건조계약 중개인이 삼성중공업으로부터 받은 중개수수료 일부를 브라질 에너지업체 페트로브라스 인사에게 부정하게 제공했다. 미 법무부는 지난 22일(현지 시간)삼성중공업을 기소하지 않는 대신 벌금 900억원을 부과했다. 회사는 900억원 중 50%를 합의일 기준 10일 이내에 미국 당국에 납부할 예정이다. 또 별도로 진행 중인 브라질 당국의 드릴십 중개수수료 조사 결과 합의에 따라 잔여 벌금 50%를 브라질 또는 미국에 납부할 방침이다.
 
매출은 늘었지만 뜻밖의 악재 탓에 경영 실적은 크게 악화됐다. 3분기 영업손실은 3120억원으로 같은 기간 1273억원 대비 두배 가량 늘어났다. 누적 손실액은 4016억원으로 45.7% 불어났다. 드릴십 계약 취소 충당금에 장부가치 감액 손실까지 2600억원이 발생했고 임금협상 타결에 따른 일시금 400억원이 반영된 탓이다. 
 
회사는 4분기엔 3분기 같은 수익성 악화가 재연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3분기는 비경상적 요인이 발생돼 적자 폭이 확대된 것으로 일회성 비용을 걷어내면 적자는 300억원 수준"이라며 "4분기엔 벌금 900억원 중 절반만 현금흐름에 반영될 예정으로 특별한 이슈가 없을 경우 3분기 손실 300억원 수준을 오갈 것"이라고 전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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