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없는 주민참여예산제도의 민낯
시행 9년간 제도 안착 안돼…참여공간 부족·운영 미숙탓
입력 : 2019-10-13 21:00:00 수정 : 2019-10-13 21: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시행된 지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도 확립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주민이 예산편성 과정에 참여해 지방재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꼭 필요한 곳에 돈이 쓰이도록 하기 위해 도입했지만, 정작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과 홍보·교육 부족으로 주민 참여는 저조하고 지자체의 운영은 여전히 미숙하다.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주민참여예산제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주민 참여 공간을 마련하고 지자체의 운영 역량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 경남 창원시청 시민홀에서 2019년 주민참여예산 총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13일 행정안전부와 국회 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주민참여예산제도는 그동안 지자체가 결정해 오던 예산의 일부를 주민이 직접 결정하거나 지방예산의 편성 및 운영과정에 주민의 요구와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2004년 광주광역시 북구에 최초로 도입된 이래 2011년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면서 전국 17개 광역과 226개 기초 등 243개 모든 지자체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를 강화하는 것은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행안부가 2018년 9월, 10월에 각각 자치분권 종합계획,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참여제도가 시행된 지 9년이 지났음에도 각 지자체에서는 제도 안착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주민참여예산제도 전용 온라인 참여공간을 갖춘 곳은 서울, 부산, 경기 등 5곳에 불과하다. 경남도의 경우 인터넷 홈페이지에 전용 공간이 없고, 관련 정보에 접근하려면 '재정정보-예산-주민참여예산' 등 몇 단계를 거쳐야 하며 게시판 정도 수준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주민참여예산 정보로 바로 접근 가능한 도내 시·군은 거제시가 유일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 어느 곳에도 주민이 참여할 공간을 마련하지 않는 광역지자체도 인천, 세종, 강원 등 6곳에 이른다.
 
대다수 지자체가 주민참여예산제도 전담 공무원이 배정돼 있지 않았고, 주민참여예산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한 곳도 수두룩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행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담 공무원이 전무한 곳이 전체 지자체 중 4곳, 전담 공무원이 배정되지 않은 지자체는 174곳으로, 이는 전체 243개 지자체 중 73.25%나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23개 지자체에서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조차 구성돼 있지 않았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주민을 대표하는 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통해 참여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각 지자체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우선 일반 주민이 지방예산에 대한 지식·정보를 얻고 지방예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의 참여공간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또 지역주민이 예산 및 재정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민이 지자체 예산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주민참여예산제도가 기존의 주민자치조직과 연계되지 않아서 자치조직이 축적해온 지역현안 정보를 활용하지 못하는 등 효율성도 떨어진다. 
 
류영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주민참여예산제도를 개선하려면 우선 주민참여공간을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전용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주민참여공간을 구축해 주민 참여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참여하는 주민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참여예산위원의 임기 및 연임을 보장하고 참여예산연구회, 전문가 풀, 예산학교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할 때 주민자치회 위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창일 의원은 "지역별 특성이 많이 반영되는 제도인 만큼 지자체의 행정부담 해소를 위해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중앙정부가 기초 연구, 모델 개발, 우수사례 발급 보급, 전문가 컨설팅, 예산전문가 역량 강화 등을 위한 정책을 세우고, 우수 사례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주민참여예산제도가 모든 지자체에서 빠짐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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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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