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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이제는 개발에서 관리의 시대…AI·IOT 새 이슈될 것"
(피플)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5차 국토종합계획 지역계획과의 정합성 보완, 인구·저성장·남북관계 등 변수 존재
2019-08-26 06:00:00 2019-08-26 06: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올해 말 앞으로 20년간 대한민국 국토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제5차(2020~2040년) 국토종합계획'이 확정된다. 국토종합계획은 국토 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대한민국 국토의 이용과 개발에 관한 장기적인 밑그림을 담고 있다. 이번 5차 계획이 이전 계획들과 다른 점은 국토종합계획이 최상위 계획으로써의 기능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포함된다는 점이다. 5차 국토종합계획을 총괄한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국토는 고도개발의 시대를 끝내고 관리의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차 위원은 "5차 국토종합계획에 지난 28년간 쌓은 자신의 모든 연구 경험을 쏟아부었다"고 설명했다. 차 위원은 전라북도 종합계획, 평창동계올림픽 특구종합계획을 비롯해 참여정부 시절 규제개혁위원회 등에 참여했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달 15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4층 강당에서 열린 제5차 국토종합계획 3차 공청회(수도권·강원권)에서 국토종합계획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국토연구원
 
 
'제5차 국토종합계획'의 가장 큰 특징은. 
그간 국토종합계획은 '계획의 실효성이 낮다', '계획 간 정합성 확보가 어려워 최상위 국가공간계획으로 제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적 평가가 있었다. 앞선 제4차 종합계획의 경우에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부침을 겪은 아픈 기억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제5차 국토종합계획에서는 정책환경 변화에 부응하면서 최상위 국가 공간계획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국토종합계획의 역할과 국가계획 수립모델을 정립하는 데 중점을 뒀다. 
우선 국가의 국토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강화했다. 이른바 전략별 '계획지침'을 제시해 모니터링 및 평가를 연동시켜 부문계획, 지역계획과의 정합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계획의 실효성 및 최상위 국가공간계획의 위상을 유지하도록 했다. 
또 이전과 달리 중앙정부 주도의 일방적 계획이 아니라 계획 주체 간 소통과 협력에 기반한 최초의 국토종합계획 수립과정을 진행했다. 수립 초기부터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민참여단'을 모집했고, 172명으로 구성된 참여단과 함께 미래 국토상 및 계획이슈, 과제 등을 함께 도출했다. 
 
앞서 총 4차례의 권역별 공청회가 진행됐다. 권역별 주요 특징을 짚어준다면. 
지역별로 가지고 있는 현안이슈와 발전전략을 제안받았다. 대략 400개 정도의 사업형 정책과제들이 올라왔는데, 제5차 종합계획의 큰 방향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최대한 검토 후 종합계획에 담아내려고 했다. 
지역별로 대전·세종·충청권은 기존 경부축 중심을 벗어난 균형 발전 추진 차원에서 강호축을 국토 공간전략으로 포함할 것과 균형 발전 차원에서 지방도시권 강화전략을 제안했다. 호남권·제주권은 인구감소에 대한 절박한 현실을 고려한 농촌 및 낙후지역 발전전략과 지역맞춤형 주거복지, 문화향유 기회 확대, 지역별 차등지원, 지역 간 연계·협력사업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구·경북·부·울·경권은 개발제한구역을 지역여건에 맞게 탄력 적용, 낙동강 취수원의 다변화, 노인을 위한 공간계획, 농어촌 지역재생, 남해안 지역의 가치 창출 방안을, 수도권·강원권은 집약적 도시관리, 수도권 내 균형 발전,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재정이전제도, 노후관광지 재생 강화, 인구감소시대 외국인을 포용할 수 있는 주거환경 개선, 통일과 한반도 평화 시대에 대비한 남북 간 인프라 연결 등을 제안했다. 
 
공청회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거나 힘들었던 점은. 
계획을 수립하는 연구 책임자로서 제5차 국토종합계획(안)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데서 오는 부담감이 상당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공청회를 거듭해가면서 국토정책 방향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공감 덕분에 힘을 얻었다. 인상 깊었던 점은 모든 공청회를 따라다니시면서 공부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부동산 스터디 모임이었다. 나름 열정을 갖고 정부 정책을 분석하고 재해석해 투자한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지난 4월20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 대연회장에서 '제5차 국토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국민참여단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국토연구원
 
앞으로의 국토개발에 있어서 일정 부분 변화도 예상된다. 
그동안 국토종합계획은 성장과 개발시대를 상정하고 계획을 수립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저성장과 인구감소, 남북관계 및 동북아 국가 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보지 않은 상황'의 전개가 예상된다.
국토 분야도 개발의 시대에서, 관리가 중시되는 정책 기조로 전환도 불가피하다. 대규모 개발수요 감소와 인프라 노후화 가속화, 무거주화 확산과 국토관리, AI(인공지능)·IoT(사물인터넷)를 활용한 혁신적 국토관리 등 새로운 국토이슈가 대두될 거다. 결국 단기·중장기로 예상되는 국토문제에 대해 실증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을 토대로 이슈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합당한 정책과제를 도출하고, 실행해 선제적이고 대비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쏠림현상이 갈수록 심화할 것 같은데. 
지난 1972년 제1차 국토계획이 수립된 이래 국토정책의 주요 목표는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이었다. 그 결과 수도권으로의 쏠림현상은 속도에 있어서는 다소 완화 추세다. 그러나 수도권 쏠림현상이 여전한 게 현실이다. 그로 인해 높은 집값, 교통체증으로 국민의 삶의 질에 대한 체감도가 낮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국토의 균형발전은 헌법에 가치를 둔 포기할 수 없는 정책과제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온 세종시, 혁신도시의 지속적인 이행과 지역 차원의 특성적인 발전전략을 통해 균형발전의 목표에 수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의 국토균형발전이 중앙정부 주도였다면 앞으로는 지자체와 협력 내지 지자체의 주도력이 강화돼야 한다. 
 
행정수도로서의 세종시를 어떻게 평가하나. 
국토연구원도 세종시를 완성하는 데 일조하고자 2017년 평촌에서 이전해온 경우다. 세종시로 이전해 2년 반 넘게 지내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생활 만족도가 높다. 지방에서 살아보고 생활 만족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레 해당 정책도 성공하게 될 거라고 본다.다만 도시가 새로이 형성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 
 
먼 미래 얘기지만 20년 후 대한민국 국토의 관리·개발 방향성은 어떻게 가야 하나. 
제5차 국토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도 20년 후인 2040년 모습을 상상하기 위해 20년 전으로 돌아가 반추하는 습관이 생겼다. 20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40년을 넘나드는 시간 여행을 한 셈이다. 아마 2040년 즈음 제6차 국토종합계획을 수립하게 될 누군가도 나와 같이 20년 전에 제5차 국토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 무슨 고민을 했을까하면서 지금을 되돌아볼 것 같다.
제5차 국토종합계획의 기조나 목표는 문구상의 표현은 바뀌겠지만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국토'를 지향하는 점은 제6차 국토종합계획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그러나 국토를 둘러싼 정책환경은 계속 변화할 것이고, 그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국토발전 전략에 대한 요구는 높아질 거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만드는 것'이라는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자주 떠올려 본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미래 국토를 만들어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제5차 국토통합계획 수립 이후 이어 지역별 도시계획 및 발전계획에도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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