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전 경복궁 공사, 관악산 화기 누르려 노심초사
서울역사편찬원, 경복궁 중건 자료 국 최초 번역 출간
입력 : 2019-06-13 16:18:58 수정 : 2019-06-13 16:18:58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그간 알려지지않았던 150년 전 경복궁 증건 과정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돌을 옮기려 300명의 병사와 45마리의 소를 동원하고, 관악산의 화기를 누르려 배 깃발을 근정전에 꽂아두는 등 당시 국가적인 공공건설 현장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서울역사편찬원은 경복궁 중건에 관한 유일본 ‘경복궁영건일기’를 국내 최초로 번역 발간하고, 오는 17일 오후 서울역사박물관 야주개홀에서 ‘경복궁 중건의 역사, 첫 장을 열다’라는 주제로 서울역사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서울 역사를 대표하는 장소인 경복궁은 고종 때에 중건했지만, 구체적인 역사상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중건에 관한 직접적인 사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역사편찬원은 일본 와세다대에 소장된 경복궁영건일기를 발견하고 곧바로 번역작업에 착수, 고종대 경복궁 중건의 전 과정을 시민들에게 소개한다. 
 
1868년 한성부 주부 원세철이 3년 넘게 진행된 경북궁 공사과정과 내용을 총 9책으로 기록한 경북궁영건일기는 2018년 정재정 서울역사자문관, 이우태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 위원장, 기미지마 가즈히코 도쿄가쿠게이대 명예교수 등의 도움으로 번역에 착수했다. 서울역사편찬원은 원세철의 경복궁 중건 기록을 서울사료총서 제16권 ‘국역 경복궁영건일기’라는 이름으로, 총 3책(번역문 2책, 원문 1책)으로 발간했다.
  
특히, 경복궁 중건 당시의 건설현장에서는 안전과 방재를 최우선으로 여겼다. 당시 공사 관계자들은 관악산의 불기운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흥선대원군은 조운선 인부들이 가져온 배 깃발을 근정전 월대 위 4면에 꽂아 두도록 명했다. 배 깃발은 ‘물을 멈추게도 하고 가게도 하는 물건’이므로 근정전에 꽂아두면 관악산의 불기운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또 관악산 화기를 누르기 위해서 관악산 꼭대기에서 나무를 베어 숯을 만들어 경회루 북쪽 제방 위에서 묻기도 했다. 
 
인부가 높은 곳에서 작업하기 위해서는 발을 딛고 서거나 통행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오늘날 건설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비계’라는 임시계단은 당시에 ‘부계’가 대신해 부계를 만드느 기능공이 동원된 기록이 남아있다. 완성된 부계 위로 짐꾼들이 건축자재들을 실어 올렸고, 공사현장을 둘러보던 고종도 광화문 부계 위를 올라가기도 했다. 
 
경복궁영건일기는 당시 국가적인 공공건설의 규모를 보여준다. 서울 곳곳에서 큰 돌을 떼어오는 일은 많은 인력과 물력,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경복궁영건일기에는 궁궐이나 관청 시설을 활용했을 뿐 아니라, 경복궁 주변의 대저택들을 매입하거나 원납받은 사실이 기록돼 있다. 저택이나 부지는 중건 관련 관서의 부속 시설 등으로 활용했는데, 어디의 누구의 집인지도 구체적으로 적어놓았다. 
 
궁궐 공사에 필요한 석재는 삼청동, 동소문 밖, 옥천암, 영풍정 부근 등에서 가져왔으며, 삼청동에서 돌을 떼어낸 뒤 옮기기 위해 300명의 군사를 동원하고, 동소문 밖에서 돌을 옮길 때는 수레에 45마리의 소가 필요했다. 옥천암에서 광화문 홍예의 주춧돌을 옮길 때는 25마리의 소가 수레를 끌었는데, 혜경교를 지나다 다리가 무너지면서 인부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경복궁 복원과 연구에 활용했던 그 어떤 도면과 문헌자료도 경복궁영건일기만큼 구체적이고 정확한 내용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간 매번 복원 때마다 논란을 빚어온 궁궐 현판의 재료와 색상은 경복궁영건일기를 통해 처음 확인됐으며, 현재 광화문, 건춘문, 영추문의 오류도 드러났다. 경복궁 발굴조사만으로는 복잡한 체계를 알 수 없던 경복궁 안의 물길 체계도 이번에 6개의 수문, 4개의 물길, 두 갈래의 도회은구를 확인했다. 침전이나 신하 접견소로 알려졌던 경복궁의 연길당과 응지당은 음식을 데워서 수라상을 들이던 중간부엌이었으며, 강녕전?연생전·경성전은 원래 하나의 전각으로 건립하려다 분리한 사실도 최초로 볼 수 있었다.
 
일본 와세다대 소장 경복궁영건일기에서 기록하고 있는 광화문 현판 제작과정. 사진/서울역사편찬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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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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