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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문체부 장관 반대 의견이 더 주목해야 할 지점
친 대기업 인사-영화계 논쟁 해결 우려…“지명철회”
현장 목소리 “진짜 해결돼야 할 문제 따로 있다”
2019-03-12 15:38:51 2019-03-12 16:51:52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가장 의문을 드는 점은 왜 유독 영화계에서만 반대의 입장이 분명 할까. 박양우 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교수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에 대한 영화계의 반발이 거세다. 이유는 그가 참여정부 시절 문화관광부 차관 재임 후 퇴임한 뒤 CJ ENM 사외이사로 활동한 전력이 가장 크다. 친 기업적 인사로 이른바 대기업의 배급과 상영을 분리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에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인물이란 점이다. 대작 영화들의 스크린 독과점 철폐 역시 오랜 영화계의 숙제이지만 박 내정자의 장관 인선이 통과되면 논의 조차 불가능해질 것이란 점이 영화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 11일 반독과점 영화인대책위는 박양우 CJ 사외이사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 지명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5일에도 박 교수의 문체부 장관 물망에 대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반독과점 영대위에는 민주노총,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한국진보연대,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영화다양성확보와 독과점해소를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오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보다 박양우 내정자 지명 철회에 대한 더욱 자세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서울 모처에 위치한 인사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영화 산업 전체를 관장하는 문체부 장관 내정에 박 교수가 적합한 인물이 아니란 점은 영화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일치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박 교수의 지명 철회가 이유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현장의 목소리가 보다 더 중요한 지점을 놓치고 있다는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12일 뉴스토마토와 만난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스크린 독과점, 대기업 수직 계열화 등 거시적 관점의 숙제 논의는 당연히 필요하다면서도 현재 제작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다른 것이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영화 산업 전체를 지탱하는 일선 제작사의 입장에서 시장 전체의 상품(영화)을 생산하는 생산비 단가 상승(제작비)이 가장 큰 문제이며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표준계약서 도입, 52시간 시행 등을 앞두고 제작 현장의 제작비 상승 우려가 가장 크다면서 현재도 영화 현장에서 느끼는 리스크는 상상을 초월한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52시간제 도입까지 현장에 안착되면 영화 산업 자체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이 안된다고 말했다. 대작 영화가 싹쓸이를 거듭하는 스크린 독과점 그리고 이 배경에 있는 대기업의 수직계열화가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로 인식돼 있지만 정작 현장의 시선은 달랐다.
 
다른 제작사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표 역시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영화 시장의 근간은 이른바 허리급 사이즈의 영화라고 본다면서 최근 들어 제작비가 급상승하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제작비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일부에서 52시간제가 이유로 거론되지만 아직 현장에선 시행되지도 않고 있다. 물가 상승률 기반 혹은 최근 들어 한국 영화의 흥행 저조에 따른 투자 리스크가 반영된 결과 등 다각도의 이유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영화 관람료가 정체된 입장에서 전체 제작비가 상승하고 투자와 배급 이익 배당이 빠지고 나면 사실상 메이저 제작사 외의 중소 제작사는 손해만 안보면 되는 구조일 뿐이다면서 진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자칫하면 공멸이 실체화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 역시 뉴스토마토와 만난 자리에서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지난 해 영화 관람표 인상을 놓고 담합 여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나라면서 현재 관람료는 사실 인상분을 반영해도 문제다. 어느 한 쪽의 수익 구조를 끌어 올려야 한다면서 제작 현장은 지출 구조다. 그렇다면 소비 구조인 극장 사업자의 활로를 모색해 줘야 한다고 관람료 인상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제작비가 상승하고 손익분기점이 높아지면서 영화 제작 현장이 점차 획일화 돼 가고 있다면서 검증된 극소수의 배우와 연출자 그리고 성공했던 소재와 장르에만 돈이 몰리게 될 것이다. 뭔가 산업적 측면에서 원론적인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해법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독과점 영대위 입장이 자칫 영화계 전체 입장으로 대변될 수도 있을 듯 싶다. 그들의 주장대로 현재 영화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독과점 철폐무산에 대한 우려는 높다. 박 내정자가 CJ ENM 사외이사 출신이면서 관료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기에 우려 자체가 양날의 칼이란 지적도 있다. 정작 친 기업적 결정이 쏟아질 것보단 정부 정책에 대한 우선 순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단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영대위 측이 우려하는 박 내정자의 지명 철회는 현장과 책상의 우려를 모두 담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전체를 위해 우선 본질에 접근하자는 시각이 더 많았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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