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북미, 내일부터 1박2일 '핵담판'…하노이에 세계 이목 집중
김정은·트럼프 밝은 표정에 기대감 고조·…회담 후 공동기자회견 가능성
2019-02-26 23:30:00 2019-02-26 23:30:00
[하노이 =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현지시간)부터 1박2일간 핵 담판에 돌입한다. 영변 핵시설 동결을 포함한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미국이 내놓을 상응조치를 담아낼 '하노이 선언'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 정상은 전날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인 베트남 하노이에 나란히 도착했다. 두 사람 모두 밝은 표정이었다. 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는 26일 오전 8시10분(현지시간·한국시간 오전 10시10분)쯤 중국과 베트남 접경지역인 랑선성 동당역에 진입했다. 지난 23일 오후 4시30분쯤 평양역을 출발한지 65시간40분 만이다. 이동거리는 4500여㎞에 달한다. 베트남 현지언론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동당역에 환영나온 베트남 측 인사들이 '베트남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하자 "우리는 매우 행복하며, 베트남에 매우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차량으로 2시간 여를 더 이동해 숙소인 멜리아호텔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 전용기도 같은 날 저녁 8시30분쯤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로 떠나기 전 트위터에 "완전한 비핵화로 북한은 급속히 경제강국이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북한이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할 경우 경제적 보상 등의 상응조치를 내놓을 것임을 부각하며 김 위원장의 막판 선택을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인 베트남 하노이로 떠나기 위해 워싱턴 D.C 인근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김 위원장과의 회담 전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의 회담을 각각 할 계획이다. 이후 김 위원장과의 단독회동을 시작으로 1박2일간의 '하노이 담판'을 시작한다. 단독회동 후 친교만찬에는 미국 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참석하며 북측에서도 김 위원장의 참모 2명이 동석한다. 28일에는 이른 오전 단독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확대 정상회담, 오찬을 한 후 오후 '하노이 공동성명' 서명식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정상의 예상 논의 내용을 놓고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미국은 북한의 최소 요구인 체제안전 보장·군사적위협 해소를 약속하고 대신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검증, 사찰이 양측의 궁극적인 목표임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의 대북 협상에서 일방주의 성향 대신 주고받기가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포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미 CBS 인터뷰에서 "제재 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고 말한 바 있다. 이제까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보고 제재 완화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는 태도에서 벗어나 이제는 대북제재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얻어내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27~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합의는 나올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공동성명 서명식까지 5시간 만에 끝났던 것과 달리 이번 회담은 1박2일 일정으로 이뤄지는 것부터 양 정상이 임하는 각오를 보여준다. 충분한 시간을 토대로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까지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서명식 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기자회견 성사 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으로 한 시간 넘게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판문점과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두 차례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한 점에 비춰볼 때 양측이 만족할 만한 합의를 이룰 경우 양 정상이 나란히 기자회견대에 설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 실무협상 분위기에 비춰볼 때 접접을 찾아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비건 대표과 김 대표 간 25일 협상은 30분 만에 마무리됐다. 앞서 비건 대표는 실무협상 사흘째인 지난 23일 오후 취재진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특별열차를 타고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노이 =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