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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가 대세다②)잠자던 학교 공간, 지역사회 '활력발전소'되다
유휴시설 건전활용 활성화, 안전관리·사고예방 효과, 일자리 창출은 ’덤’
2019-02-19 08:53:43 2019-02-19 11:30:54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쓰지않는 학교 공간을 특정 동호회가 아닌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일이 가능할까. 담배꽁초와 막걸리병이 나뒹굴지 않는다면 말이다. 당연히 안전은 지켜져야 한다. 수익에다가 청년과 시니어 일자리까지 창출한다면 조금 쉬워질까. 이러한 재미 이상의 의미있는 실험이 공유경제에선 가능하다. 서울시 지정 공유기업 쉐어잇은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학교공간 공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쉐어잇은 각종 범죄로부터 학생들을 지키려면 학교를 걸어닫는 대신 지역사회에 안전한 개방으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학교공간을 공유함으로써 학교와 학생, 지역주민 모두 건강한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상상이다. 
 
“학교 운동장, 눈치 안 보고 빌려요”
  
지난 7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성동구 경일중학교는 이미 해가 진 후 모든 학생이 하교했지만, 체육관 불만은 환하게 켜있었다. 이날 경일중 체육관은 동호회 보라매농구단 20~30대 8명이 아마추어 농구대회를 앞두고 자체 연습을 하고자 앱으로 2시간동안 사용을 예약했다. 최근 1년 사이 20차례 가량 경일중을 애용한다는 보라매농구단은 1년 전만 해도 신촌, 흑석동, 강남 등을 떠돌며 매주 농구할 곳을 찾아 떠돌아야만 했다. 
 
수가 한정된 운동장을 빌리려면 시간당 7만5000원까지 사용료를 내야만 했고, 그나마도 중간에 소개가 겹치는 일이 생기면 포기해야 하는 일도 빈번했다. 정승호(26)씨는 “아직은 앱으로 예약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이 없어 경쟁이 치열하다는 게 아쉬울 뿐”이라며 “학교를 안전하게 써야 해 청소나 신분 확인 등 다소 제약이 있지만 운동하는 사람들의 당연한 에티켓”이라고 말했다.
 
보라매농구단이 운동하기 전부터 운동을 마치고 집에 간 후까지 체육관 입구에선 학교개방관리자 조끼를 입은 스쿨매니저 손모(61)씨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학교가 아니라 쉐어잇 소속인 손씨는 입장인원의 신원을 앱이나 신분증으로 꼼꼼하게 검사하고, 학교에서 금지된 음주, 흡연, 고성방가, 노상방뇨, 시설물 파손 등을 막는다. 
 
주기적으로 학교 곳곳을 다니며 관리취약구역에 부착된 QR코드를 통해 실시간 근무일지도 작성해 시설 이상 유무를 쉐어잇·학교와도 공유한다. 손씨는 “집 근처라 노동강도도 높지않고 젊은 사람들 운동하며 땀 흘리는 모습을 보자면 보람도 느낀다”며 “특정 동호회에 개방할 때처럼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유리창 하나 깨지않으며 관리가 잘 이뤄지니 학교에서도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이용자 5만명 넘어, 학교 확대는 숙제
 
정부와 교육청은 학교시설 개방을 원칙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학교로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많은 학교들이 사건·사고 발생의 소지 자체를 없앤다고 평일 저녁과 주말에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형식적으로나마 개방을 받아들인 학교도 인맥으로 연결된 특정 동호회 2~3곳만이 사용 가능하도록 하는 실정이다. 
 
개인이나 다른 동호회는 사용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심지어 중간에서 이득을 취하는 대관 브로커가 기승을 부리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예약 사기까지 발생해 생활체육인을 울리고 있다. 그럼에도 수십억원을 들여 만든 예약안내시스템엔 예약불가만 떠 있을 뿐이다.
      
쉐어잇의 스쿨쉐어링엔 3개 초·중·고교와 9개 대학이 공유 의사에 동참해 참여하고 있다. 이들 학교엔 온·오프라인 행정관리시스템이 제공돼 학사일정을 연동해 손쉽게 시설 관리를 할 수 있고, 학교에서 사용하지 않는 일정만을 스쿨쉐어링에 공유한다. 공유된 시설은 매월 20일을 전후해 스쿨쉐어링 앱에 다음달 대관 접수를 시작하며, 본인 인증과 사용료 결제를 마치면 예약이 완료된다. 초·중·고교 시설은 관련 조례에 따라 시간당 2만~2만5000원에 불과하며, 대학 시설도 기존 이용료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아직 공유에 참여한 학교수는 얼마 없지만, 이용자 반응은 뜨겁다. 지난 연말까지 스쿨쉐어링을 실제 이용한 인원만 5만4349명으로 3510건의 공유가 이뤄졌다. 손씨처럼 현장 관리를 위해 스쿨쉐어링이 고용하고 관리하는 스쿨매니저도 학교당 2~3명씩 채용해 지금까지 모두 23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쉐어잇은 서울 초·중·고교 1315개와 대학 63개가 모두 참여할 경우 청년(대학)과 시니어(초·중·고) 등 3070명의 지역밀착형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문제는 어떻게 학교를 참여시킬거냐다. 1차적으로는 특정 동호회가 독점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조례에 규정하는 방안이 있다. 또 공유주차가 그랬듯이 서울시와 자치구, 교육청, 쉐어잇이 역할을 나눠 민관협력을 이루는 방법도 가능하다. 지역사회가 공정한 룰을 바탕으로 학교 시설을 안전하게 이용하는 일, 더이상 상상만은 아니다.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경일중학교 체육관에서 보라매농구단이 스쿨쉐어링을 통해 운동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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