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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 한화토탈 대표 "이란산 원유 2월부터 쓴다"
최근 콘덴세이트 계약 매듭…러시아산 테스트용은 수입 완료
2019-01-20 20:00:00 2019-01-20 20:00:00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우리 실무자들이 막판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어 2월에는 반드시 들어 올겁니다."
 
권혁웅 한화토탈 대표(사진)는 지난 8일 한국석유화학협회 신년 인사회에서 기자와 만나 "당분간 이란산 콘덴세이트 도입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며 이 같이 말했다. 권 대표의 발언은 이란산 콘덴세이트 도입이 가능한 시점에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콘덴세이트는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가 되는 나프타를 얻을 수 있는 초경질유다. 원유보다 나프타 생산 비율이 월등히 높아 석유화학제품 생산에 최적화된 원료로 평가받는다.  

이달 이란 현지로 구매담당자를 파견한 한화토탈은 최근 수입 협상을 마무리 짓고, 콘덴세이트를 실은 선박을 한국으로 보냈다.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운송기간이 30~45일 정도 걸려 2월 하순쯤 하역이 완료될 예정이다. 애초 한화토탈은 이달 중순 전 계약 체결을 추진했으나, 이란 측과 대금 결제일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토탈을 포함해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가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수입할 수 있는 기간은 서너달 남짓이다. 한국이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에서 '6개월 예외' 대상국으로 인정받으면서 오는 5월까지 제한적으로 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업계는 선적과 운반, 통관, 결제 등 모든 프로세스를 5월31일까지 마쳐야 하는 점을 고려해, 4월 중순까지 수입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을 포함한 예외 대상 8개 국가는 현재 구체적인 수입쿼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가 복원된 상황인 만큼 1분기 국내 기업의 수입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시적 수입 재개에도 불구하고 한화토탈이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비용과 효율성 때문이다. 콘덴세이트 가격은 원유값에 프리미엄을 붙여 정해지는데, 지금까지 이란산이 카타르산 가격을 추월한 적이 없었다. 원료가격이 배럴당 1달러가 움직일 때마다 연간 손익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출렁거리는 기업 입장에선 카타르산과 성분이 비슷하면서 가격은 저렴한 이란산 콘덴세이트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의 설비가 중동산 원료에 최적화된 점도 이란산이 카타르산의 후순위로 꼽히는 이유다.
 
한화토탈은 비중동 지역에서 원료 공급선을 넓히려는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테스트용으로 러시아산 콘덴세이트 7만4000톤을 수입한 것도 그중 하나다. 이번 수입물량은 한화토탈 설비에서 2~3일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시험 가동 후 향후 추가 도입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다른 기업들도 수입이 허용 될 때까지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이란 측과 공급계약을 맺고, 콘덴세이트를 운송 중이다. 이달 말쯤 첫 재개 물량이 국내에 들어온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란 측과 도입 협상이 한창이다. 이달 중 계약을 매듭짓고, 내달까지 콘덴세이트를 공급받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조만간 정기대 보수를 앞두고 있어 도입 물량이 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5월 이후 추가 도입 여부가 불투명한 속에서 각 기업들이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들여오는 것은 비용이나 성상 등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저렴한 원료가 보이면 스팟 물량으로 구매해 설비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 외엔 향후 수입 금지에 대비할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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