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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산업결산)반도체 ‘슈퍼 호황’ 정점…삼성·SK하이닉스 신기록 행진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 하락…“기술 초격차로 극복”
2018-12-18 17:51:38 2018-12-19 17:58:37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역대 최고’, ‘사상 최대’. 올해 반도체 사업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였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D램 가격 상승이 올해 들어 고공행진하면서 반도체 업체들은 말 그대로 ‘슈퍼 호황’을 누렸다. 덕분에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 무역도 1조달러와 수출 6000억달러라는 기록적인 성과를 거뒀다. 
 
하반기부터는 지난해 말부터 거론된 고점론이 현실화되기 시작했지만 업계는 꾸준한 미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접어드는 내년에도 기업들은 선제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기술 경쟁력 확보로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매 분기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15조6400억원, 2분기 14조8700억원, 3분기 17조5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4분기에는 13조원대로 기존 전망치보다 하향됐지만 연간으로는 지난해 영업이익인 53조6500억원을 가뿐히 뛰어넘으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4조3700억원, 5조5700억원, 6조4700억원으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연간 영업이익도 20조원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3분기 글로벌 D램 점유율(매출 기준, D램익스체인지) 75%, 낸드플래시 52%로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최고 실적을 끌어낸 건 초호황의 주인공 D램 덕분이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월만 해도 6.5달러에 그쳤던 D램 고정거래가격은 올해 4월 8.19달러로 26% 올랐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IT공룡들이 앞 다퉈 데이터센터 설비투자를 늘리면서 D램 수요가 폭증한 덕분이다. 기존 주요 고객이었던 스마트폰 업체들은 시장 정체로 부진을 겪었지만 스마트폰 고사양화 트렌드에 힘입어 모바일 D램 수요 역시 늘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서버 수요가 메모리 반도체의 호황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설명했다.
 
수출 전선도 날았다. 한국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무역은 2년 연속 1조달러를, 수출은 사상 최초로 6000억달러를 각각 넘어서면서 세계 수출 순위 6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반도체는 단일부품 기준 1000억달러 수출을 돌파하는 등 한국경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라인인 평택캠퍼스 가동에 들어갔고 올해 2월에는 화성사업장에도 6조원을 투입해 극자외선(EUV) 등 첨단 인프라에 최적화된 신규라인을 짓고 있다. 반도체 설비 증설에 앞으로 3년간 1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10월 청주 신공장 M15 가동을 시작했고 19일부터는 이천에 15조원을 투입해 M16을 건설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만, 내년부터는 쉽지 않은 상황이 예상된다. 양사의 주요 생산품목인 D램 시장이 지난해는 77%, 올해는 39% 성장할 전망이지만 내년에는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보고서를 통해 “내년 세계 D램 시장 규모는 올해보다 1%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가격 하락은 본격화됐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고정거래가격은 10월과 11월 각각 10.74%, 1.64% 하락했다. 내년까지 약 20%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사는 초격차 기술로 업황 하락과 미래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5G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공지능(AI) 시장을 주도할 10나노급 8Gb LPDDR5 D램을 개발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규격을 적용한 2세대 10나노 중반대 16Gb DDR5를 개발했다. 내년 삼성전자는 수나노, SK하이닉스는 10나노 초반대 양산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낸드에서는 양사 모두 128단 3D낸드 기술 개발과 양산 계획을 내년 말로 잡아둔 상태다.
 
다행히 내년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5G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빅데이터 처리를 위한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여기에 탑재될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2020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자율주행차로 인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반도체 업체들의 차기 격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PC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다면 올해는 모바일과 데이터센터, 향후에는 AI·5G·자동차 등이 반도체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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