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어렵다”…전자업계, 실적잔치 대신 위기관리 체제 전환
승진인사 최소화에 투자도 축소…사내유보금 확대 등 비상경영 대비
입력 : 2018-12-09 07:00:00 수정 : 2018-12-09 17:07:15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내년 대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자업계에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2%대 저성장의 고착화와 미중 무역분쟁을 낳은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암운이 드리우면서 기업들은 올해 최대 실적도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연말 인사에서 승진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사업계획을 수정하는 등 위기관리 체제로 서둘러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전자기업들은 최근 단행한 정기인사에서 ‘승진 잔치’를 벌이기보다는 보수 색채가 강한 안정적인 기조로 내년을 대비하는 쪽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김기남(DS)·고동진(IM)·김현석(CE) 삼각편대를 내년에도 유지키로 했다. 사상 최대 실적으로 전사 실적을 견인한 반도체의 공을 인정받아 김기남 사장만이 부회장으로 승진했을 뿐이다. 승진폭도 줄였다. 221명을 승진시킨 지난해 말 정기인사보다 30%가량 줄어든 158명을 승진자 명단에 올리는 데 그쳤다.
 
올해 최대 실적이 유력시되는 LG전자도 승진 규모를 지난해 67명에서 올해 56명으로 16% 줄였다. 부진의 책임을 물어 MC사업본부장을 교체했지만 생활가전의 H&A사업본부와 TV의 HE사업본부 수장들을 유임시키며 변화폭을 최소화했다. 올해 매출액 40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의 신기록을 쓸 가능성이 높은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41명에서 44% 줄어든 23명의 임원을 승진시키는 것으로 연말 인사를 마무리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들을 유임시키는 한편 승진 규모를 최소화하는 등 내년 경기불황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내년을 대하는 기업들의 기류는 '불안'과 '위기'로 요약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7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2월 전망치는 88.7로 나타났다. 최근 22개월 중 최저치다. BSI는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선행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호전될 것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음을 뜻한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 사업계획도 좀처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주 조직개편 이후 내년도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글로벌 주요 법인장과 국내 사업부 핵심 임원들은 이 자리에서 올해 전사 영업이익의 80%가량을 책임진 반도체의 업황 하락, 스마트폰 사업 부진 등을 타개할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LG전자는 지난 11월 사업보고회에서 내년 경영계획의 큰 그림을 그렸지만 14분기 동안 이어진 모바일의 적자, 주요 시장의 경제성장 둔화 등 변수가 많아 사업부 별로 대대적인 수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선진국 성장 둔화, 높은 환율변동성 등 대내외 이슈들로 기업들이 내년도 전략을 확정하는데 골마리를 앓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투자 축소 등 내년 비상경영에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31조8000억원가량으로 계획했다. 이는 지난해 43조4000억원 대비 27% 감소한 수치다. 내년에는 투자를 더욱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시설투자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내년 업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SK하이닉스는 앞서 3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올해는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라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했지만 내년에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분기별로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가 내년 반도체에 180억달러(약 20조1700억원)를 투자해 올해(226억2000만달러)보다 20%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도 내년 100억달러(약 11조2070억원)를 투자하는 데 그쳐 올해보다 투자 규모가 22%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불확실한 대내외 상황은 대폭 늘어난 사내유보금(이익잉여금)에서도 느낄 수 있다. 초과이익을 쓰지 않고 쌓아둠으로써 내년 돌발상황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누적 이익잉여금이 167조7675억6200만원으로 지난해 말 150조9287억2400만원보다 11% 늘었고, LG전자는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이 13% 오른 6조3457억900만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누적 이익잉여금이 36조9862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4% 늘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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