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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11월은 창업주 추모의 달
삼성·SK·두산·코오롱·대림·녹십자 등 창업주 선영 참배…가족 이어주는 '끈'
2018-11-09 13:39:40 2018-11-09 13:39:40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재계가 11월 ‘추모의 달’을 맞아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8월과 더불어 11월에는 주요 그룹 창업주들의 기일이 유난히 몰려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간단치 않아 활로를 찾기 어려운 안갯속 형국에서 재계는 창업주들이 남긴 유산을 토대로 미래를 위한 혜안을 얻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4일에는 두산그룹 명예회장을 지낸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의 9주기, 8일은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4주기 기일이었다. 박용오 회장은 박두병 두산그룹 선대회장의 차남으로,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들 간 갈등 끝에 2008년 성지건설을 인수하며 독립했다. 고인 별세 후 회사가 경영난에 봉착하면서 매각되는 신세가 됐다.
 
이동찬 명예회장은 부친인 이원만 선대회장을 도와 코오롱그룹이 현재의 위상을 가질 수 있도록 키워낸 사실상의 창업주다. “사업으로 나라에는 이익을, 후손에는 풍요로움을, 사원에겐 보람을 주고 싶다”고 말했던 이 회장은 사업은 물론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으로서 노사관계 발전에 큰 공헌을 하는 등 지금도 존경받는 재계 인사다.
 
 
15일은 SK그룹 창업주 최종건 회장의 45주기 기일이다. 아들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 조카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등 SK 일가는 매년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선영에 모여 그를 추모해 왔다. 올해도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최종건 회장 기일이 범 SK가 형제들을 이어주는 ‘끈’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이날은 또한 허영섭 녹십자 회장의 9주기 기일이다. ‘개성상인’ 마지막 세대에 해당하는 허 회장은 다른 개성 출신 기업인들과 마찬가지로 탄탄한 재무구조와 내실을 중시하는 경영 방침을 바탕으로 녹십자를 세계적인 백신 및 생명공학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먼지가 쌓여도 이 땅에 쌓이게 해야 한다”며 연구·개발(R&D) 인프라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한국에 ‘목암생명공학연구소’를 세우는 등 백신 안보와 필수약품 국산화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17일은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16주기다. 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매년 경기도 용인 신갈 선영에서 추모식을 갖지만 형제들 간 갈등으로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올해도 조양호 회장과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가족 일부만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19일은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31주기 추모식이 열린다. 병석에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등 가족들이 경기도 용인시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을 참배한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등 그룹 계열사 사장단도 동행한다. 올해 추도식은 지난해 구속수감으로 참석하지 못했던 이재용 부회장이 주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범 삼성가가 함께 모이는 추모식은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가는 지난 2012년 고인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간 상속 소송이 벌어지면서 그룹 별로 따로 추모식을 지내고 있다. 삼성 측이 이날 오전 먼저 치르고, 오후에 장손인 이재현 회장의 CJ그룹과 신세계, 한솔 등이 고인을 추모할 예정이다.
 
이날은 김준형 행남자기 명예회장 10주기 기일이기도 하다. 1942년 순수 민족자본으로 생활도자기 전문회사인 행남자기를 창업했고, 1957년에는 순수 국내기술을 이용해 본차이나 개발에 성공하는 등 업계를 이끌었다.
 
24일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부친이자 현대상선 창업주인 현영원 회장, 26일은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10주기 기일이다. 한국 해운업계를 대표해온 두 거목은 우연히도 같은 해 이틀 사이에 별세, 해운업계는 11월 마지막 주를 업계 추모 주간으로 여기고 있다. 조수호 회장이 키운 한진해운은 파산했고, 현영원 회장이 일으킨 현대상선은 그룹에서 분리돼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여 안타까움을 더한다.
 
29일은 이재준 대림그룹 명예회장의 23주기 기일이다. 이재준 회장은 1939년 민족자본으로 회사의 전신인 부림상회를 설립했고, 광복 후 사명을 대림산업으로 바꾼 뒤 건설업 외길에만 매진했다. 한국 최초로 태국, 베트남 등 해외 건설공사에 진출한 기록을 갖고 있다.
 
한편, 25일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3주년 기념일이다. 범 현대가는 3년 전 100주년 기념식을 진행한 만큼 올해는 조용히 지낸다는 방침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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