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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미국 선거제도에 비친 정책 안정성
2018-11-09 06:00:00 2018-11-09 06:00:00
최한영 정경부 기자
‘상원 공화당 수성·하원 민주당 탈환’으로 끝난 미 중간선거는 지난 6일(현지시간) 실시됐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중간선거를 ‘11월의 첫 번째 월요일을 지난, 첫 번째 화요일’에 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미국은 하원 선거를 지난 1872년 ‘의원정수 할당법’ 제정 이후 이 날짜에 치르는 전통을 지키고 있다(상원은 1914년부터).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다. 1845년부터 170여년째 고정이다.
 
많고 많은 날짜 중 하필 이 날짜를 고른 이유가 있다. 1840년대, 농사철이 지나고 겨울이 오기 전인 11월 초에 선거를 하기로 합의한 미국 전역의 대표자들은 날짜 선정에 들어갔다. 교회가는 날이라 일요일, 땅이 넓은데다 유권자들이 투표소까지 마차로 이동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월요일이 제외됐다. 시장이 서는 토요일, 시장에 갈 준비로 바쁜 금요일, 영국 선거일인 목요일이 다시 빠졌다. 선거인단에 의한 대통령 선거일이 수요일로 정해지면서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는 화요일에 하기로 했지만 변수가 남았다. 서부개척 시대, 매달 1일은 마을을 돌며 재판하는 순회판사가 오는 날이었다. 11월 첫 화요일을 선거일로 고정하면 재판일과 겹칠 우려가 있었다. 이에 따라 ‘11월의 첫 번째 월요일을 지난, 첫 번째 화요일’을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일로 결정했고, 이후 상·하원 선거도 이를 따른다.
 
435명의 하원의원을 2년마다 다시 뽑는 것과 달리 상원의원은 임기 6년을 보장하되 3분의 1씩 나눠 선출하는 제도도 1913년부터 100여년째 지속 중이다. 둘 다 단순히 전통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특히 현행 ‘하원의원 전체, 상원의원 3분의 1 선출’ 방식을 이어가는 것은 국가정책의 과격한 변화를 막고 정당 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요인이 된다. 특정시기 선거를 일부 정치세력이 휩쓸 경우, 이들이 하원에서 새로운 법안을 발의·통과시킨다 해도 기존 세력이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상원 인준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부여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중의 권력접근을 막는다’는 비판도 내놓지만 그만큼 정책의 일관성과 법적 안정성을 더한다. 마차타고 다니던 농경사회가 끝난지 오래지만 전통을 고집스레 유지하는 이유다. 안정된 제도는 규칙성과 예측성을 담보한 정치적 변화의 동인으로 작용한다.
 
미국보다 행정부 권한이 더욱 막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필요 이상으로 정책이 180도 바뀌는 경우가 흔하다. 정책의 잘잘못을 떠나 한일 위안부 합의, 탈원전 문제 등은 정권 교체마다 춤을 추고 불과 5년 후 예측성을 낮춘다. 이로 인해 또다른 사회적 갈등과 불필요한 논쟁을 초래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안정적 국가운영 측면에서 생각해볼 일이다. 중간선거 결과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야당 민주당의 견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을 들으며 든 단상이다.
 
최한영 정경부 기자(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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