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상정은 시작일 뿐입니다"
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소속의 여권 관계자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금융당국이 아직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라 민주당 TF가 선제적으로 법안을 상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자산기본법의 핵심 쟁점인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두고서는 당정 간 이견이 여전한 상태다. 금융위원회가 정부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 TF에서는 이들 사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했지만, 정부와 당 지도부의 입김에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란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후속인 2단계 입법안이다. 가상자산의 발행, 유통, 공시 등 시장 전반을 포괄하는 법안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부터 논의가 이어져 왔으나 현재까지 입법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정무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안건이 올라가더라도 갈 길이 구만리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에 대해 자본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고 위헌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거래소는 공공 인프라여서 소수 대주주 개인의 리스크가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정부측 논리다. 지분 분산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 가상자산거래소에도 소급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라 재산권 침해와 과잉금지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 배경을 두고 구설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의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지고 금융위원회 등 관료 조직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의도가 짙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법안 논의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당정이 목표로 했던 법안 처리 시점은 당초 작년 말이었다. 그런데 정부안은 아직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여당이 입법 논의를 속도전으로 추진하기 위해 '뜨거운 감자'인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제한은 1차 법안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논란이 되는 쟁점은 시행령으로 위임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도 들리는데, 이럴 경우 규제 우선주의에 빠진 금융위가 초법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는 어떻게 생태계를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통제할 것이냐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금융위원회와 통화당국, 정치권까지 얽힌 이해관계 속에서 정책은 방향을 잃었다. 규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투자와 사업 결정을 미루고 있다. 주요 사업자 간 합병이나 신사업 진출이 지연되고, 가상자산업 인가 절차 역시 수년째 답보 상태다.
당국은 가상자산 산업이 아직 초기 성장 단계에 있는 신산업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통 금융 규제를 단순히 이식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제도 틀 안에서 은행과 핀테크, 빅테크가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장이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정책의 핵심 역할임을 다시 상기하고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이종용 금융부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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