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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배근 교수 "혁신성장 성과가 소득주도성장 성공 좌우"
"대선 당시 사회적 합의 형성된 문제…전 정부 비교하면 선방"
2018-09-21 07:00:00 2018-09-21 07:00:00
[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서 7월과 8월 연속으로 취업자수가 전년동월 대비 증가 수준이 단 5000명 이하에 그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를 전면반박하고 있는 경제학 전문가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뉴스토마토>가 만난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소한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며 일부 주장과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기본적으로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이 함께 가야하는데 공정경제와 달리 혁신성장의 성과가 미흡한 여파일 뿐 앞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 교수는 그동안 정부 경제팀이 혁신성장에 대한 기본적인 아이디어가 빈곤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드러난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시키는 정책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사진/최배근 교수
 
소득주도성장이 정확히 어떤 정책인지
소득주도성장의 정확한 개념은 임금주도성장 혹은 수요주도성장이라는 포스트게인스 학파의 이론이다. 현재처럼 (총)수요가 부족한 경제 상황에서는 가계소득 강화를 중심으로 총수요를 견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저소득층 가계의 소득을 강화할 경우 가계소비지출의 증대 효과가 커진다. 그 결과 총수요가 증대하면 기업의 매출도 증가해 투자와 고용 증대, 또 다시 임금과 가계소비지출의 증가라는 선순환이 작동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정반대에 있는 이윤주도성장 전략이 임금이 증가하면 고용이 감소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임금이 증가하면 고용이 증가한다고 주장을 담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왜 필요한가
가계소득의 강화는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의 소득 강화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저임금층의 소득 강화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뿐만 아니라 사회복지나 사회보장 강화도 필요하다. 또한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등의 어려움이 우리 경제의 ‘을’에 해당하는 경제적 취약 부문이 구조적인 ‘갑’의 불공정 행위에서 비롯한다는 점에서 경제의 공정성을 강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내용들을 보완하는 것이 소득주도성장의 한 부분이다.
 
최근 취업자수 감소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인가
최근의 취업자 수 감소는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산업생태계가 취약한데서 비롯된다. 최저임금 인상이 현재의 (순)취업자 수 감소와는 직접적 관계는 없고, 신규 취업자 증가 효과에서 기존 취업자 감소 효과를 제외한 (순)취업자 수에 대한 구체적 영향은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
새로운 일자리 수 증가가 적은 이유는 기업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지 못하고, 기존 사업들은 (반도체나 석유화학 등을 제외하고는) 매출 후퇴나 정체에 직면한 결과이다. 가령 이명박 정부에서 제조업 구조조정보다 인위적인 부양으로 연명시킨 산업(조선업 등)에서 거품이 꺼지고,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된 자동차산업의 사업 재편(완성차 사업에서 친환경 및 차량공유서비스 등으로 전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보호주의 강화에 따른 철강업의 어려움 등의 결과다. 실제 해당 산업들에서 일자리가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현재의 일자리 감소는 업종으로는 제조업, 음식-숙박-도소매업, 사업시설관리유지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또 종사자 지위별로는 임시 및 일용직과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에서 일자리 감소가 주도하듯이 주력 제조업의 어려움은 해당 산업(제조업)에서 일자리가 감소했다. 특히 2~4차 협력업체의 물량 감소에 따른 임시 및 일용직 감소, 해당 지역의 상권 타격과 자영업 폐업 증가(도매 및 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및 상가 수요 감소(건물 청소원, 경비원), 일자리 상실한 분들의 외부 이주와 해당 지역 부동산 경기 침체 등에 따른 건설업 종사자 감소(울산-거제-통영, 한국GM이 철수한 군산 등), 여기에 학령 인구 감소로 교육사업서비스 일자리 감소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이론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에 의존하는) 한계기업의 비용이 증가하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매출)가 증가할 경우 관련 업종들의 수입을 개선시키는 측면도 존재한다. 즉 소비 및 매출의 증가 효과보다 비용 압박 효과를 크게 받는 업종에서 일자리 감소는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사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는 우리 사회에 광범위한 합의가 형성된 문제다. 즉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심상정-유승민 후보가 2020년까지 1만원 달성, 안철수-홍준표 후보가 임기내, 즉 2022년까지 달성을 주장했다. 참고로 올해 인상률로 볼 때 2020년은 물리적으로 달성 불가능해졌고, 빨라야 2021년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소득주도 성장이 경제학이 아니라고도 한다
자신이 공부한 경제학의 세계에 매몰된 결과다. 케인스 경제학의 연장선에 있는 소득주도성장 개념을 부정하는 것은 케인스 경제학을 부정하는 주장에 불과하다. 소득주도성장을 부정하는 경제학자들(공급주도경제학)에게는 지난 보수정부 9년간 시행된 친기업 및 정부 역할 최소화를 시행한 결과에 대해 자신들이 주장하는 이론이 갖는 한계에 대해 성찰하는 것이 기본자세라고 생각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서 미흡한 측면이 있다면
지난 25년 이상 가계와 기업 소득의 불균등성장의 결과 우리 경제의 내수 취약성이 구조화되고, 금융위기 이후 세계 교역의 둔화로 수출 주도 성장도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내수 강화에 목표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반면 제조업에 과잉 의존하는 산업구조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다. 제조업 역할의 약화에 따른 산업생태계의 재구성 과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기존 일자리 감소를 막거나 감소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어렵다. 
 
보완할 부분은 무엇인지
산업생태계의 활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전체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수단보다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시키는 정책 수단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가 한계기업들이나 한계사업들에 부담이 너무 크다면 최저임금 수혜 대상자들에 대한 소득의 직접배분 방식을 보완함으로써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다소 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는 학자들이나 야당이 저임금계층에 대한 해결은 복지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에 대한 복지 강화는 증세가 필요한데 이들은 증세 문제가 나오면 반대하거나 소극적, 혹은 역진적 조세체계를 주장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지표(통계 등)가 있다면
최저임금 수혜 대상자의 소득 증대, 저소득층 및 중산층의 사회보장 및 복지가 강화 등에서 진전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거시경제지표를 보면 2017~2018년 평균 성장률이나 고용률 등을 볼 때 성장의 후퇴나 고용의 악화 등을 중단시킨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3.1% 성장률이나 올해 2.8~2.9% 성장률은 박근혜 정부에서 성장률 하락 추세를 볼 때 선방하는 것이고, 고용률도 박근혜 정부 때보다 나쁘지 않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는 언제쯤 나타날지
본인은 소득주도성장을 사람의 몸통, 공정경제를 왼발, 혁신성장을 오른발에 비유하는데 지금까지는 공정경제(경제민주화) 강화에 초점을 맞춘 반면 혁신성장에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즉 왼발로만 몸이 움직일 수 없기에 혁신성장의 성과를 만들어내야만 공정경제도 계속 추진이 가능하고, 소득주도성장도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 경제에 주는 조언이 있다면
현재 우리 경제의 상황을 보면 취업자 수 감소의 경우(산업구조 및 인구구조의 변화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하지 않아도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즉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는 분들의 주장대로 하더라도, 보수정권 9년의 성과에서 보듯이 성장 둔화 및 일자리 악화 등은 막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심지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최소 지난 15년, 길게는 지난 20년간 제조업 역할의 약화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데 실패한 결과로서 이 부분을 해결하지 않는 한 야당이 집권해도 민생과 국가경제 문제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여야정이 산업계 및 학계 등과 머리를 맞대고 우리 경제와 사회의 미래와 관련된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문제, 즉 기업의 새로운 수익사업 및 청년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청사진을 만들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사진/최배근 교수
 
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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