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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매매 엿보기…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라
전자공시 활용하면 큰손 종목·가격 알 수 있어
2018-08-01 08:00:00 2018-08-01 08: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개인 투자자가 국내외 기관이나 슈퍼개미 등 ‘큰손’의 주식 매매동향을 알 수 있다면 투자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전자공시를 활용하면 큰손들이 사고 파는 종목은 물론 매매한 가격까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펀드 투자자들은 매분기 발송되는 펀드 운용보고서를 통해 펀드의 매매내역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펀드가 편입한 모든 종목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실제 매매한 날짜와 시간차도 크기 때문에 참고는 될지언정 개인이 매매에 응용하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전자공시를 활용하면 큰손 투자자는 물론 대주주 및 주요주주들이 실제로 매매한 날로부터 최대 일주일을 넘기지 않고 그 내용을 확인해 투자에 반영할 수 있다.
 
관련규정에 따라 기업의 최대주주는 소유주식이 1주라도 변동된 경우 2일 안에 지체 없이 그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기업의 임원과 10% 이상 지분을 가진 주요주주, 사실상 지배주주도 보고의무가 있다. 신규보고는 임원 또는 주요주주가 됐을 때, 그 신분이 된 후엔 1주라도 변동이 있으면 5영업일 이내에 공시하면 된다. 이들은 모두 기업 내부사정을 잘 아는 당사자들이기에 이들의 주식 매수는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만든다.
 
대주주가 아닌 외부인들, 즉 큰손이 지분공시를 해야 하는 경우는 해당기업 발행주식의 5% 이상을 가진 경우다. 신규보고는 처음으로 5% 이상 보유하게 됐을 때이며, 지분이 5%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사고 팔 때마다 얼마에 몇 주를 매매했는지 5영업일 이내에 공시하도록 돼 있다.
 
이런 규정을 활용하면 전자공시만 봐도 누가 주식을 얼마나 매매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2000개 넘는 종목을 하나하나 입력하면서 확인할 필요는 없다. 평소 궁금했던 큰손의 이름으로 한꺼번에 찾아보는 쪽이 효율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fss.or.kr) 초기화면 상단에는 ‘공시서류검색’ 메뉴가 있다. 그 아래 메뉴인 ‘상세검색’ 화면에서 ‘제출인명’에 특정 기관이나 개인의 이름을 넣고 조회기간을 설정해 검색하면 그의 매매 내역을 전부 볼 수 있다.
 
첨부사진은 신영자산운용으로 검색한 결과다. 가장 최근에 보고한 종목은 와이지엔터테인먼트였다. 클릭해 보면 7월26일에 5.13% 지분을 신규보고한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규보고 공시에는 5% 이상의 주식을 모으기까지 과정을 보여주지 않는데 신영자산운용은 첫 공시부터 이 종목을 얼마에 사들여 5.13% 지분을 모았는지 밝혔다. 공시서류 중 ‘세부변동내역’을 보면 7월5일 첫 매수 후 그간의 매매 내용이 전부 나와 있다.
 
신영자산운용 자리에 다른 기관이나 슈퍼개미의 이름을 넣으면 궁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다. 검색 결과가 없다면 그 큰손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종목이 없거나, 지분공시 후 추가로 매매한 내용이 없다는 뜻이다.
 
주의할 것은 날짜다. 일주일이라고는 해도 실제 매매와 실시간으로 동기화된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5% 신규취득 공시 후, 이 공시 때문에 주가가 반응할 때 보고자가 이를 이용해 매도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첫 5% 신규보고에 밝힌 가격은 실제 매수가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 위 신영자산운용의 사례처럼 세세하게 보여주는 경우가 아닌 이상 첫 지분공시의 매수가격은 무시하는 것이 좋겠다.
 
본인의 매매내역이 노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큰손은 일부러 5% 미만으로 지분을 줄여 공시의무를 피하기도 한다. 사실 대부분의 개인 큰손들은 지분공시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지분공시 후 장기간 그대로라면 해당 기업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큰손, 슈퍼개미가 들고 있다고 해서 다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다. 큰손이 장기간 들고 있다가 공시했던 가격보다 크게 하락한 상태에서 지분을 처분하는 일도 있다.
 
큰손의 지분공시를 참조하는 것은 공부 잘하는 학생의 답안지를 훔쳐보는 것과 같다. 그 답이 맞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스스로가 거인이 될 수 없다면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는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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