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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커머스가 오프라인 매장 한계 뚫을 것"
"이커머스업계, 가격경쟁 아닌 기본에 충실해야"
"신선식품 이커머스 가능성 확신, 잘 할 곳은 이마트뿐"
2018-06-12 13:54:17 2018-06-12 13:54:17
[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과거 '유통의 꽃'이라 불리던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수익성이 하락하며 기업들은 점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가의 외형 성장이 더이상 어렵다는 판단에서, 해외에서는 알리바바가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신유통 전략'을 선보이는 등 온라인과의 시너지도 찾는다. 국내에서도 최근 롯데가 '옴니채널 구현'을 목표로 온라인 사업에 3조원 가량을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이보다 앞서 신세계는 일찌감치 SSG.COM(이하 SSG닷컴)을 통해 성공적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이커머스'를 구축했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메사빌딩에서 약 20년간 이커머스 업계에 몸담은 한동훈 신세계 이커머스총괄 서비스담당(수석부장)을 만나 국내 업계 현황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이커머스, 'SSG닷컴'에 대해 설명한다면.
 
신세계 그룹이 2014년 1월1일 론칭한 온라인 쇼핑 포탈이다. '쓱닷컴'이라고 읽는데 SSG닷컴은 신세계 백화점, 이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 신세계몰, 영국 드럭스토어 브랜드 'Boots', 신세계 TV쇼핑,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패션전문몰을 통합한 '온라인 쇼핑포탈'이며 노브랜드, 일렉트로마트, 시코르 등 그룹의 전문샵과 명품브랜드들도 입점해있는 종합 쇼핑몰이다. 앞으로 그룹내 주력 사업군으로 꼽히는 스타필드, 프리미엄아울렛, 신세계면세점 온라인 서비스도 준비 중에 있다.
 
SSG닷컴에서 본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커머스 총괄 조직에서 SSG닷컴의 전체적인 기획, 디자인, 개발, 데이터 영역을 맡고 있다. 이커머스 총괄조직은 SSG닷컴을 구축하면서 생긴 조직이다. 이전에는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의 시너지가 없었는데 그룹 내에서 통합 구축하는 것이 좋다고 보면서 SSG닷컴 구축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커머스 영역내 모든 PC 쇼핑몰과 모바일앱을 고도화하고 필요에 따라 신규몰·서비스를 기획·구축하고 있다. 회원부터 상품, 주문, 결제, 클레임, 배송, 정산까지의 백오피스를 운영하며 신세계 자동화 물류센터 NE.O(네오)센터 내 물류 시스템 전반을 운영한다. 데이터와 AI기반의 고객서비스, 내부 시스템도 설계·서비스 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에 약 20년간 몸담았다고 들었다. 처음에 어떻게 발을 들였나.
 
1999년 인터넷 초창기붐일때 한 선배의 권유로 이커머스 쪽에 조인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 2000년 '선영아 사랑해'라는 대표적인 카피로 유명했던 '마이클럽'이라는 여성 포탈에서 이커머스를 시작했다. 이때는 이커머스 초창기 시절이라 화장품, 육아용품 전문 쇼핑몰을 구축했다. 본사가 홍콩에 있어서 선제적으로 해외 직구몰을 만들기도 했다. 지금이야 소셜커머스의 등장으로 서비스 카테고리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전자상거래가 도입됐지만 그때는 보험, 교육, 여행 등을 온라인화하는 것은 투자대비 수익률이 낮았다. 마이클럽 이후에는 다음에서 운영하던 쇼핑몰 '디앤샵', GS홈쇼핑을 거쳐 2011년 이마트몰에 입사했다. 이때는 소셜커머스 초창기 시절이었는데 미국의 그루폰, 리빙소셜처럼 지역쿠폰 판매가 중심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그 당시에 진입 장벽이 있던 신선식품 이커머스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회사는 이마트뿐이라고 생각했다.
 
유통업계에서는 국내 오프라인 유통가 성장이 사실상 멈췄다고 평가한다. 이커머스가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보는가.
 
오프라인의 위기는 우리나라만의 이슈는 아니다. 국내에서는 다행히 아마존이 주도하는 미국처럼 백화점, 마트가 빠르게 붕괴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근래에 들어서 국내 오프라인 기업들이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그간 이커머스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규모에 비해 만성 적자를 안고 있는 점, 품질관리·콜드체인 인프라 등 많은 투자가 필요한 신선식품 카테고리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은 점은 온라인에서도 신세계가 주류로 성장할 기회라 본다. 이마트몰의 경우 매출 최상위 지역이 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지역이거나 경쟁회사 점포가 있는 지역이라는 건 이커머스가 오프라인 매장의 한계를 대체할 수 있다는 확신을 들게 해준다. 신세계처럼 오프라인 유통이 주 사업인 회사는 단순 점유율 방어 차원이 아닌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본다.
 
한동훈 신세계 이커머스총괄 서비스담당은 이마트몰의 경우를 보며 이커머스가 오프라인 매장의 한계를 대체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사진/김은별기자
 
SSG닷컴에서는 어떤 카테고리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가.
 
입사했던 2011년만해도 이마트몰 규모는 지금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10년이상 운영됐던 신세계몰 매출이 훨씬 높았다. 이마트몰이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온라인 배송가능한 점포를 확장하며 신선식품 온라인 구매에 대한 고객 신뢰도로 이어졌다. 식품을 온라인으로 사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어진 것은 이마트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본격적으로 온라인전용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해 캐파를 늘리고, 모바일 앱 구축을 통해 장보기 사용을 높이며 이마트몰 매출이 성장하게 됐다. SSG닷컴을 만들고 신세계몰과의 시너지가 난 후에는 종합몰 수준의 매출까지 달성했다. 현재 기준으로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의 매출은 각각 약 1조500억원 정도로 거의 비슷하다.
 
그렇다면 '물류'가 이커머스 업계의 필수적인 바탕이라는 것인가.
 
우리나라는 이미 택배서비스가 워낙 발전해서 물류가 필수 요소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 요소로는 물류가 필요하다. 특히 이마트처럼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물류 인프라가 아주 중요하다. SSG닷컴은 신선식품을 당일 배송하기 위해 네오라는 자동화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고 네오센터가 없는 곳에서는 이마트 점포가 배송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물류센터 자동화를 통해 당일 배송은 물론, 고객 시간대에 정확히 배송할 수 있고, 아이스크림까지 배송할 수 있는 콜드체인 관리가 가능하다. 물류 비용도 최적화할 수 있었다.
 
기존의 쿠팡, 티몬 등도 일찍 이커머스에 나섰지만 적자가 쌓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나.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의 적자 문제는 너무 오랫동안 '최저 가격'을 내세운 과열 경쟁의 지속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온라인 비즈니스는 시장을 장악한 업체가 다 가져가는 'Winner takes all(승자독식)' 사례가 많아 '승리자'가 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 인식한다. 특히 우리나라 이커머스의 경우 다른 서비스에 비해 독보적 1위가 나오지 않았고 치열한 경쟁이 지속돼 현재도 그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2010년 초반에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반값 마케팅을 들고 나온 것이 그 반증이다. 물론 물류 투자나 카테고리 다변화를 위한 투자도 있었지만 소셜 3사의 치열한 경쟁이 이커머스 업계를 최저가격 경쟁으로 만들었고 여전히 이커머스 업체들이 적자를 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이커머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하다 보는가.
 
지금도 자금력이 있고 적자를 감당할 수 있다면 언제나 진입은 가능하다. 이커머스업계에서 지마켓뿐만 아니라 스타일난다, 무신사, 코스토리처럼 성공한 사례도 많다. 성공 공식을 간단하게 단정하긴 어렵지만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일시적인 가격 프로모션, 어설픈 비즈니스 모델 을 가진 회사는 오래가지 못했다. 마켓컬리의 새벽배송처럼 기존 유통방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성공의 확률을 높여주는 것이라 본다.
 
롯데도 옴니채널을 선언하며 최근 이커머스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신세계와 비교가 되는데, SSG닷컴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신세계는 행동이 빨랐던 것 같다. 롯데는 2020년에 통합몰을 론칭한다고 들었는데 신세계는 6년 빠른 2014년에 만들었다. 그래서 사이트 통합 시너지와 고객 데이터 분석, 콜드체인 물류센터 운용에 대한 노하우가 장점이라고 본다. 기존 운영하는 오프라인 마트의 규모도 신세계가 앞선다고 본다. 기업문화적으로 보면 신세계는 새로운 것이나 다양함을 받아들이는데 유연한 것 같다. 다만 롯데그룹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여러 사업 포트폴리오는 온라인 사업에 굉장히 좋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신세계의 이커머스 행보는.
 
그룹의 오프라인 사업군을 온라인으로 잘 옮겨서 경쟁력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기본적인 미션이라 본다. 지금도 그렇지만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의 완성을 먼저 해야할 것 같다. 백화점, 아웃렛, 스타필드 등 유통강점인 패션분야와 시코르·부츠 등의 화장품, 몰리스의 반려동물 카테고리 등에 온라인을 입히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이후 오프라인 점포들과의 연결로 온오프 구분 없는 스마트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완성이라 본다.
 
한 담당은 국내에서 이커머스 업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저가격경쟁으로 출혈을 일으키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사진/김은별기자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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