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최저임금 폐기 노숙투쟁까지…노정관계 위기
양대 노총 국무회의 겨냥해 집중투쟁 돌입…문재인 대통령 거부권 행사 요구
2018-06-04 17:39:09 2018-06-04 17:39:09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의결을 하루 앞두고 노정관계가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양대 노총은 개정안 폐기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까지 나섰다. 개정안의 국무회의 통과가 유력해 노정관계는 장기간 경색될 전망이다. 
 
양대 노총은 4일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한 개정안을 폐기하라며 집중투쟁에 돌입했다. 청와대 인근에 농성장을 설치,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한국노총은 산별 조직 대표자와 지역본부 의장 전원이 하루 동안 노숙농성에 나섰다. 개정안에 대한 한국노총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청와대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양대 노총은 이틀에 걸쳐, 집회와 1인 시위를 진행한다. 
 
민주노총이 4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부는 5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을 심의·의결해 최종 공포할 예정이다. 개정안 시행일은 내년 1월1일이다. 
 
노동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했다. 대통령은 법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가능성은 극히 낮다. 설령 문 대통령이 반대 여론을 의식, 거부권을 행사해도 개정안은 시행될 전망이다. 국회에서 재의결이 부쳐질 경우,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법안이 확정된다.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반대한 의원은 24명(반대율 15%)에 그쳤다. 사실상 개정안 폐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노동계는 개정안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개정안이 내년 시행되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반감된다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개정안은 최저임금의 25% 이상인 정기상여금과 7% 이상인 복리후생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했다.
 
내년 최저임금이 7% 인상되면 인상액(월급 기준)은 11만143원이다. 예를 들어 노동자가 식대 13만원을 받을 경우 1만2127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이 경우 노동자는 산입금액 1만2127원을 뺀 9만8016원의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받는 셈이다. 노동계가 개정안을 이른바 '최저임금 삭감법'이라고 규정한 이유다. 
 
개정안은 연봉 2486만원 이상인 노동자의 상여금과 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토록 했다.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실제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 피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월급 총액에서 수당 비중이 높고, 상여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피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실질 임금은 최저임금보다 높다. 정부는 개정안으로 임금근로자 중 0.8%(2018년 3월 기준)의 기대이익이 줄 수 있다고 봤다. 최저임금 수혜 계층보다 고임금 근로자가 개정안의 영향을 받는다는 입장이다.  
 
노동계와 정부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노정 관계도 경색됐다. 노동정책을 조율할 노사정 대화에 부정적인 영향도 예상된다. 내년 최저임금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노동자위원 9명은 협상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최저임금위는 다음달 말까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노동을 존중하는 정부라더니 뒤에서는 재벌과 사용자의 부담을 면해줬다"며 "취임 1년 만에 최저임금을 삭감한 문재인정부를 촛불정부라고 부를 수 없다"고 비난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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