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최근 가파른 원화 강세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두 달여 만에 200원 넘게 떨어진 가운데 달러로 벌어들인 매출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이익 증가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을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업황 상승 흐름까지 꺾을 정도는 아니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원화 강세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이익 증가 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9원 내린 1340.5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에는 1330원대까지 떨어져 2024년 10월 이후 약 1년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7월 초 1500원 후반대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200원 넘게 하락한 수준입니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이어지며 기업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늘어난 데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 등이 겹치면서 원화 강세 흐름이 가팔라졌다는 분석입니다.
환율이 급격히 내려가자 증권가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을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실적 추정에 적용하는 원·달러 환율을 기존 1553원에서 1400원으로 낮추면서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5.7%, 4.2% 낮춰 잡았습니다. SK하이닉스도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4.8%, 5.6% 내렸습니다. DB증권도 D램과 낸드 출하량 및 가격 상승에도 비우호적인 환율이 양사의 3분기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판매대금 대부분을 달러로 받습니다. D램과 낸드,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과 출하량이 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 원화로 환산되는 매출과 이익 증가 폭은 줄어듭니다. 지난해까지 고환율이 실적에 보탬이 됐다면 최근에는 반대로 HBM 출하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폭을 일부 제한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원화 강세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장비와 소재의 원화 환산 가격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내 생산 비중이 높고 인건비와 상당수 생산비용을 원화로 지출하는 만큼 비용 절감 효과만으로 달러 매출의 환산 감소분을 모두 상쇄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달러 결제 비중이 높아 원화 강세 시 원화 환산 매출과 이익이 줄어드는 영향이 있다”며 “소재 원가 절감 효과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환산 매출 감소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메모리 업황 자체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피크아웃 우려를 반박하며, 메모리 이익 사이클의 지속 기간을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장기계약 확대로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결정력도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평가입니다. 트렌드포스도 AI 서버 수요가 HBM과 서버용 D램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3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분기 대비 13~18%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공급 증가가 수요 확대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도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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