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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롯데, 30년만에 총수 변경…네이버는 '이해진' 유지
김상조 "사업구조 관련 중대사정 있을때만 판단"…메리츠·넷마블·유진, 대기업집단 첫 지정
2018-05-01 12:00:00 2018-05-01 15:59:54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1일 공정위가 발표한 '2018년도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동일인(총수) 지정 및 변경여부다. 동일인이란 특정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으로서,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의 개념이 별도 정의된 바가 없어 기업집단 정의 규정으로부터 그 기준이 추론된다.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은 사실상 그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을 의미하는데, 지배 여부는 동일인의 지분율 또는 경영활동 및 임원선임 등에 있어 영향력 등을 두루 고려해 공정위가 판단한다.
 
하지만 동일인 지정제도는 기준이 불분명하고 요건이 추상적이라 공정위의 판단이 경영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독립적으로 사리를 분별하거나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경우 동일인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공정위의 적극적인 법해석을 촉구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지적에 따라 올 초 업무계획에서 기업의 경영현실과 맞지 않게 지정돼 책임성 확보가 어려운 동일인 사례를 재검토할 뜻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25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49개 총수있는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동일인 경영실태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총수있는 49개 기업집단 중 38개 기업집단은 동일인이 집단 내 최고경영자 직책에서 해당 기업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중 32개 집단은 동일인이 기업집단 내 최다출자자로서 자신이 직접 보유한 지분을 원천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6개 집단은 본인이 직접 최대지분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친족 등의 우호지분을 활용해 기업집단을 지배하고 있었다.
 
또 총수있는 49개 기업집단 중 11개 집단은 동일인이 최고경영자의 직책에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7개 집단은 동일인이 최고경영자 직책에 있지 않으면서도 직·간접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됐으며, OCI는 동일인의 사망으로 지배력이 영구적으로 소멸해 동일인 변경이 필요했다. 나머지 삼성·롯데·네이버 등 3개 집단은 동일인의 지배여부에 대해 추가적인 검토를 실시해 변경여부를 결정했다.
 
공정위는 삼성의 경우 종전 동일인인 이건희 회장이 여전히 삼성의 최다출자자이고 그룹 회장직에 있으나, 2014년 5월 입원 이후 만 4년이 된 현재까지 일체의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동일인을 변경해야 할 중대·명백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해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신규 동일인(이재용)은 종전 동일인에 비해 집단 전체적인 지분보유는 적으나 삼성물산 등 지배구조상 최상위에 위치한 회사 지분을 최다 보유하고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서 사실상 기업집단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며 "동일인을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하는 것이 종전 동일인에 비해 삼성의 계열범위를 가장 잘 포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 역시 신격호 총괄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동일인을 변경해야 할 중대·명백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했다. 김 위원장은 "신규 동일인(신동빈)은 롯데지주의 개인 최다출자자이자 대표이사이며, 지주체제밖 계열회사 지배구조상 최상위에 위치한 호텔롯데의 대표이사로서 사실상 기업집단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면서 "현재 롯데의 소속회사 중 종전 동일인과 신규 동일인 모두 지분율 요건을 갖추지 못한 회사(FRL코리아)가 있어서 신규 동일인으로 변경할 때에만 이 회사가 기업집단 내에 포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동일인 지정 변경은 사업 구조와 관련해 중대·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판단하는 것"이라며 "경영권이 승계됐다, 아니다 등은 공정위가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OCI의 경우, 지난해 10월 총수 사망으로 동일인 변경사유가 발생해 고 이수영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OCI 대표이사인 이우현 사장으로 변경했다. 반면 네이버는 현 동일인을 변경해야 할 중대·명백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그대로 동일인으로 유지했다. 이 창업자가 사내이사직을 내려놓고 본인 소유의 지분을 일부 매각하긴 했지만, 경영참여 목적이 없는 기관투자자를 제외하면 여전히 최다출자자로 네이버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공정위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난해보다 3개 증가한 60개로 지정했다. 소속회사 수는 1년 전보다 103개 증가한 1980개로 집계됐다. 올해 신규 지정된 곳은 메리츠금융, 넷마블, 유진 등이다. 또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32개 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교보생명보험과 코오롱이 신규 지정된 반면, 대우건설이 제외됐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수는 전년보다 1개 늘었으며, 소속회사 수는 1년 전과 견줘 66개 증가했다. 또 이번 지정결과 대기업집단의 재무상태는 지속적으로 개선됐으며, 특히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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