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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내몰리는 학교밖 청소년)②충분치 않은 예산…정책 후순위로 밀려
청년실업대책, 대졸 청년에만 집중…전국 '꿈드림' 예산, 연간 250억 불과
2018-04-09 06:00:00 2018-04-09 08:37:1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대졸 청년의 실업이 거대한 사회문제가 된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인 학교밖 청소년의 자립 문제는 관심을 덜 받는다. 정부는 꿈드림에 예산을 적게 배정해 결과적으로 학교밖 청소년의 접근을 막고 있는 형국이다.
 
우선 올해 전국 꿈드림 206곳에 주어진 총 예산은 250억원이 되지 않는다. 센터별로 나누면 시·도 센터 2억2995원, 시·군·구 센터 8050만~1억5771만원이다. 예산이 한정되다보니 인건비 주기도 빠듯하다. 센터장 내지 팀장을 빼고 2~3명 밖에 고용하지 못한다. 2~3명이 학생 상담, 고용프로그램 연계, 교육 프로그램 제공, 문화 프로그램 제공, 사업 홍보, 행정처리 등을 다 해야 한다. 처우도 열악하다. 올해 직원보수는 사업자 부담금을 포함해 팀장은 2904만원, 직원은 2600만원이다.
 
그렇지 않아도 적은 예산인데, 그나마도 1년에 한번씩 여성가족부가 실시하는 평가에 따라 깎일 수도 있다. 예산 삭감은 곧 인력 감축을 의미한다. 평가 기준은 일정 수의 학생들이 검정고시 합격, 자격증 획득, 30시간 이상 교육 이수 등 3가지 과제 중 하나를 달성하는 것이다. 성동구 꿈드림의 경우 학생 280명 중 60%의 과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처우가 열악하고 하는 일은 많다보니, 직원이 잠시 혹은 아예 그만두는 일도 많다. 성동구 꿈드림의 경우 제작년에 직원이 2명이었다가 성과를 거둬 작년에 3명이 됐지만, 최근에 한 명이 나가는 바람에 다시 2명이 됐다.
 
이런 환경에서 사업의 지속성과 전문성이 담보되기는 어렵고, 이는 학교밖 청소년 진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나 교사와의 관계가 어긋난 경우가 많은데, 학교 밖에서도 또래와의 교류가 별로 없어 사회성을 기르기 힘들고 인간 관계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그나마 의존하고 고민을 털어놓을 대상은 꿈드림 직원이지만, 직원이 나가버리면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기가부담스러워 센터 자체에 오지 않게 된다. 부담을 무릅쓰고 출석하더라도 신참·초보자 직원에게 받을 도움은 많지 않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성윤숙 연구원은 "꿈드림 직원은 너무 근무 사정이 열악하고 고용 형태도 대부분 계약직"이라며 "학교밖 청소년이 악순환에 빠지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상담받으려다 폭력 가해자 대면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은 청소년 상담복지센터가 지어진 건물에 꿈드림도 지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꿈드림 25개 중 23곳은 상담복지센터를 겸임하고 있다. 건립 비용을 아끼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회의론도 있다.
 
원래 시설이 있는 곳에 새롭게 들어서다보니 학교밖 청소년의 활동 공간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생긴다. 성동구 꿈드림의 경우,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방은 1개뿐이지만 이마저도 직원들이 회의하러 들어오면 자리를 내줘야 한다. 서로의 관계 형성이 중요한 학교밖 청소년의 특성상, 자신들끼리 하루 종일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어떤 때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상담복지센터는 학교 폭력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이 꿈드림에 왔다가 상담복지센터에서 자신을 때린 가해자를 마주치는 경우가 생긴다. 꿈드림에 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위기청소년이 대부분인 상담복지센터와 일반적인 가정을 상당수 포함하는 꿈드림을 겸임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학업 지원에 치중했는데도 부족한 학업 지원
 
꿈드림을 통한 정부의 학교밖 청소년 자립 지원 정책은 주로 검정고시 준비를 도와주는 학업 지원 위주다. 센터에 강사들을 부르고 교재를 제공하거나, 센터에 오기 싫은 아이에게는 인터넷 강의와 멘토링을 제공하는 식이다. 취업 희망 청소년에겐 고용프로그램과 연계해주는 정도일 뿐이며, 엔간히 생활이 어렵지 않고는 생활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아예 집에 은둔해있거나 비행을 저지르는 청소년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학생들이나 현장 직원들이 검정고시 지원이 충분하다고 느끼는 것도 아니다. 150만원에 이르는 검정고시 학원비는 일부만 지원되거나, 대상이 제한적이다. 그리고 일부 대학이 검정고시 응시자를 사실상 거부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검정고시 특별전형 응시자에게 부여하는 최고 점수가 2등급이었지만, 이제는 3등급으로 바꾸는 식이다.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 2월9일 서울 중구 서울페럼타워에서 열린 '제6차 청소년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해 인사말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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