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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당분간 나오기 힘든 ‘감정’ 담았다
강한 감정 필요한 작품…배우들 차기작 선정에도 영향
2018-03-21 18:12:34 2018-03-21 18:12:34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가해와 피해, 죄와 벌 그리고 복수와 구원 이 모든 것을 하나의 그릇에 담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가늠은 할 수 있을 듯하다. 영화 ‘7년의 밤’은 그 불가능을 스크린에 오롯이 담아냈다. 더욱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상상 속의 공간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새로움으로 창조해 냈다. 압도적인 미장센은 탄성을 자아낼 정도다. 단언컨대 당분간 이 정도 감정 깊이를 담아낼 한국영화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7년의 밤’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는 연출을 맡은 추창민 감독, 주연 배우인 장동건, 류승룡, 송새벽, 고경표가 참석했다.
 
 
 
이날 추 감독은 대중들에게 신드롬 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원작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작업의 어려움을 먼저 전했다. 추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원작이었다”면서 “너무도 뛰어난 원작이었다. 그래서 팬들의 기대감도 컸다. 영화와 소설은 분명 다른 장르다. 원작의 뛰어난 문학성을 영화에 어떻게 녹여내느냐가 가장 큰 숙제였다”고 전했다.
 
그는 ‘7년의 밤’에 대한 해석도 내놨다. 추 감독은 “기본적으로 ‘7년의 밤’은 성악설을 말한다”면서 “그 지점을 어떻게 그릴 것이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내 생각에 악도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가 있는 악을 그린 게 ‘7년의 밤’이었고 그래서 연출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데뷔 25년 만에 악역을 연기한 장동건은 촬영 기간 동안의 심리적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배우는 배역을 맡으면 ‘나라면?’이란 상상을 한다”면서 “공교롭게도 나도 딸이 있다. 연기를 위해서지만 상상만으로도 괴롭고 죄책감이 들었다”며 ‘오영제’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의 고통을 전했다.
 
악역 연기 이후 배역에서 벗어나는 과정도 고단했다. 장동건은 “사실 현장은 역할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어 졌었다”면서 “영화가 끝난 뒤 감정적으로 빠져 나오는 것 보단 M자 탈모를 되돌리는 데 걸린 시간이 더 컸다”고 웃었다.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최현수’를 연기한 류승룡 역시 만만치 않은 고충이 있었다. 그는 “원작 소설에는 캐릭터에 대한 심리적 묘사가 아주 디테일하게 돼 있다”면서 “영화는 그럴 수가 없다. 시나리오의 여러 상황에 감독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상대역인 장동건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는 “장동건이 연기한 ‘오영제’를 마주하게 될 때의 느낌 그리고 그때의 숨막히는 감정 등이 표현되기를 원했다”면서 “특히 그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에서의 치열함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7년 만에 아들을 만난 장면을 촬영 할 때의 느낌도 아직 기억에 생생하다”고 전했다.
 
워낙 강한 감정이 필요한 작품과 배역이기에 이후 차기작 선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류승룡은 “한 인간이 엄청난 일을 겪은 뒤 느끼게 되는 감정의 끝이 어디일까에 대한 추구와 탐구가 이 영화에 있었다”면서 “촬영 내내 그 감정을 유지하고 찾는 데 힘들었다. 보통 작품이 끝나면 감정 빠져나오는데 수월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6개월 이상이 걸렸다. 차기작 선정에도 미칠 정도였다”고 말했다.
 
실제 류승룡은 ‘7년의 밤’ 촬영 이후 차기작으로 유머 코드가 강한 ‘염력’과 ‘극한직업’을 선택했다.
 
추 감독은 원작과 이번 영화의 다른 점을 전했다. 그는 “원작은 스릴러적인 요소가 많고 강했다. 특히 ‘오영제’에 대한 지점이 사이코패스에 인물로 그려졌다”면서 “난 그 지점이 이해가 안됐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그려낼 수는 없었다. 결국 원작과 다른 사연이 필요했다. 그래서 오영제에게 사연을 줬고 그 부분이 원작과 차이점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7년의 밤’은 한 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최현수(류승룡 분)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오영제(장동건 분)의 7년 전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얘기를 그린 영화다. 개봉은 오는 28일.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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