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박근혜정부, 세월호 상황보고 일지 사후조작"
김관진, 국가위기지침 ‘빨간펜’으로 삭제하고 불법변경
최초보고 시점 9시30분→10시로 30분 늦춰, 보고서 일부는 사라져
입력 : 2017-10-12 16:54:56 수정 : 2017-10-12 16:55:03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는 12일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상황 보고일지를 사후에 조작한 정황이 담긴 파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 변경한 사실도 확인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청와대는 지난달 27일 국가위기관리센터 내의 캐비넷에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으로 변경한 자료를 발견했다”며 “또한 11일 안보실 공유폴더 전산 파일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 세월호 상황보고 일지를 사후 조작한 자료가 담긴 파일자료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임 실장에 따르면 이들 자료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통합적인 국가재난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당초 박근혜정부 청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사 당일 오전 10시에 세월호 관련 최초 보고를 받고 곧이어 10시15분에 사고 수습관련 첫 지시를 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가 됐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재판 과정에도 제출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위기관리센터는 세월호 사고 관련 최초 상황 보고서를 오전 9시30분에 보고했다. 보고 및 전파자는 대통령과 비서실장, 경호실장 등이다.
 
임 실장은 “수정 보고서에서 대통령에게 보고된 시점을 30분 늦춘 것”이라며 “보고 시점과 대통령의 첫 지시 사이의 시간 간격을 줄이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박근혜정부는 세월호 사고발생 이후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 변경했다.
 
사고 당시 시행 중이던 기본지침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 위기 상황의 종합 관리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한다’고 돼 있었다. 그런데 이 지침은 2014년 7월 말 김관진 당시 안보실장의 지시로 ‘안보 분야는 국가안보실이,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가 관장한다’고 변경됐다.
 
청와대 측에 따르면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은 법제업무 운영 규정, 그리고 대통령 훈령의 발령 및 관리 등의 관련 규정에 따라 법제처장에게 심사를 요청하는 절차, 법제처장이 심의필증을 첨부해서 대통령의 재가를 받는 절차, 다시 법제처장이 대통령재가를 받은 훈령안에 발령 번호를 부여하는 등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김관진 전 실장은 빨간 볼펜으로 원본에 줄을 긋고 필사로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위기관련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수행을 보좌한다’고 수정했고, 이를 2014년 7월31일에 전 부처에 일방 통보했다. 사후 법제처에 관련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임 실장은 “이 불법 변경은 세월호 사고 직후인 2014년 6월과 7월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컨트롤 타워가 아니고 안전행정부’라고 국회에서 보고한 것에 맞춰서 사후 조직적인 조작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가장 참담한 국정농단의 표본적인 사례라고 봐서 반드시 관련 진실을 밝히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 관련 사실을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은 사실을 보고받고 “국민들께 알리고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모든 국민적 의혹은 해소되도록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2일 오후 춘추관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사고 당시 상황 보고일지 등이 사후 조작됐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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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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