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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들의 반란)①'일방통행' 오너들에 반기드는 개미들…권리찾기 나섰다
대한방직·롯데·셀트리온·태양금속공업 등 집단행동 잇따라
"'쥐꼬리 지분'으로 경영권 독점 전횡 못참아"
2017-09-07 08:00:00 2017-09-07 08:00:00
[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촛불혁명과 새 정부 탄생을 계기로 사회 곳곳에서 적폐 청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상장사 소액주주들이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 오너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가지고 배당금 등 대부분의 이익을 독점하고 있는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총수일가의 지배력 차단을 위해 순환출자의 단계적 해소를 추진하고, 소액주주들이 경영권을 견제할 수 있도록 다중대표소송제·전자투표제를 도입함과 동시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소액주주들의 제몫 찾기 운동은 갈수록 활기를 띌 전망이다.
 
대한방직 소액주주모임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감사 선임을 시작으로 오너 3세인 설범 현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소액주주모임이 확보한 대한방직 지분(위임 포함)은 45%가량으로 설 회장(19.88%)과 친인척, 임원 등 특수관계인 등을 포함한 지분 29.64%보다도 많다. 소액주주모임 측은 "내년 주총에서는 전문 경영인을 선임해 대한방직을 되살릴 계획"이라며 "전횡을 일삼은 설 회장의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은 최근 롯데 4사(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국민연금에 제출했다. 이들은 또한 롯데칠성음료가 소액주주를 배제하고 기업설명회를 열었다며 공정위에 회사를 고발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코스피 이전 상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소액주주모임은 1만명이 넘는 소액주주의 지분을 모아 코스피 이전 상장 안건을 임시주총에서 주요 안건으로 다룰 것을 제시했다. 태양금속공업 소액주주들은 자진 상장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한우삼 회장이 미국 국적의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 세금 부담을 덜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오너 일가에 대한 견제가 불가능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오너들이 적은 지분으로 기업의 경영권을 독점하고 있으면서 나머지 주주에게 의견개진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소액주주운동 관계자는 "이들 오너는 물려 받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아들에게 안전하게 물려주는데 혈안이 돼 있다"며 "소액주주들은 주주로서 인정받을 수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과거부터 만연해온 기업오너의 전횡이 소액주주운동을 촉발한 가장 큰 이유"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주식회사임에도 경영권을 보유한 오너를 견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집단소송제도 또한 소송비용 지원 등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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