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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남수 총장 "선진 농업기술 전수, 졸업생 평균소득 9000만원"
캠퍼스 곳곳이 실습교육의 산실…개교 20년, 졸업생 80% 농수산업 종사
농수산 후계인력 양성 중추역할…2030년 세계최고수준 도약 기대
2017-08-07 06:00:00 2017-08-07 06:00:00
[전주=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평균소득 9000만원. 대기업 신입사원의 연봉이 아니다.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한 청년 농부들의 평균연봉이다. 청년 취업난이 극심한 요즘 이 학교 학생들은 영어·자격증 등의 스펙을 쌓는 대신 농부 CEO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는다. 캠퍼스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실습동에서 학생들은 직접 말을 키우고, 버섯을 재배한다. 3년 후 진짜 CEO가 될 예비농부들의 스펙쌓기다.
 
1997년 문을 연 한농대는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2000년 209명의 졸업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041명의 농부를 배출해 80%인 3251명이 농수산업에 종사한다. 4년제 농과대 졸업생의 1.9%만이 농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농업을 선도하는 핵심 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졸업생들의 성과가 소문나자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정원을 줄이는 타 대학과 달리 오히려 한농대는 정원이 늘고 있다. 임기내 입학정원수를 40%나 늘린 김남수 총장은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농수산전문대학으로 끌어올린다는 각오를 밝혔다.
 
지난 1일 김남수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총장이 전주 한농대 총장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있다. 사진/한농대
 
-올해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한농대)가 개교 20주년을 맞았다. 한농대는 어떤 학교인가.
 
한농대는 고령화와 개방화에 직면한 우리 농수산업을 살리고, 농어촌의 미래를 이끌고 나갈 정예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명확한 목적으로 1997년에 설립된 3년제 국립대학이다. 일반대학의 학생들은 연구자가 되거나 공무원, 회사원 등 다양한 분야로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우리대학은 졸업 후 바로 농어촌으로 들어가 농수산업을 경영하는 CEO를 양성하는 대학이다.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전원이 국비 장학생으로 수업료, 교재비 등 교육에 필요한 비용뿐 아니라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등 3년간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모두 무료다. 다만 졸업 후 6년간 농수산업에 의무적으로 종사해야 한다.
 
-한농대를 졸업해 농업인으로서 자리잡은 우수 영농정착 사례가 있는가.
 
경북 안동에서 부용농산을 운영하는 유화성 졸업생이 있다. 2004년 채소학과를 졸업하고 13년째 농사짓는 친구다. 마와 우엉을 생산·가공해 2015년 매출 100억원을 올렸다. 유화성 졸업생은 농식품 트렌드를 고려한 시장분석으로 분말, 우엉차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성공한 농업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여성 졸업생 중에는 지난 2014년 식량작물학과를 졸업하고 전북 김제에서 '강보람고구마'를 운영하는 강보람 졸업생을 소개하고 싶다. 강보람 졸업생은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 명으로 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한 케이스다. SNS와 블로그 등 온라인 마케팅도 활발히 하고 있는데 이제 26살인 그녀는 올해 약 2억 원의 홍콩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졸업생들의 평균 소득이 궁금하다.
 
매년 졸업생들이 순수하게 농수산업을 통해 올린 소득을 조사하고 있다. 2015년 한농대 졸업생 가구의 평균 소득은 9000만원이다. 학과별로는 중소가축학과 출신이 1억9904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축산학과 1억9491만원, 수산양식학과 1억4428만원, 대가축학과 1억2285만원, 식량작물학과 7372만원, 화훼학과 6244만원, 과수학과 5882만원, 채소학과 5252만원, 특용작물학과 5039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해 일반농가 3722만원보다 2.4배, 도시근로자 5779만원보다 1.6배 높은 수치다.
 
-다른 학교와 차별된 교과 과정을 설명해 달라.
 
우리가 자랑하는 특유의 교육과정은 이론과 실습교육을 병행하는 '샌드위치' 교육 시스템이다. 1학년에 입학하면 교내에서 전공에 대한 기초과목을 배우고, 2학년은 1년간 국내·외 선진농장이나 연구기관 등에서 실습을 하며 실무 적응 능력을 배양한다. 네덜란드나 독일 등 세계 최고 농장에서 선진 기술을 습득하는 장기 현장실습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3학년은 다시 학교로 돌아와 전공별로 더욱 깊은 전문지식을 배우며 졸업 후 경영계획을 수립해 농어촌으로 들어갈 준비를 한다. 캠퍼스 내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된 최첨단 실습시설과 학과별 체계적으로 실습교육을 할 수 있도록 실습시설이 마련돼 있다. 우리대학은 전문적인 교육이 가능하도록 품목별로 학과가 세분화 돼있을 뿐 만 아니라, 가공, 6차산업 등 기능적으로 통합해 가르치는 학과도 있는 등 총 6개 계열, 18개 학과가 있다.
 
-내년에 신입생 입학정원이 확대되고, 신규학과도 개설된다. 입시요강은.
 
신입생 전원을 수시모집으로 선발하고 있으며 2018학년도에는 신입생 550명을 올 9월과 10월 전형별 원서접수를 진행해 뽑는다. 신입생 모집인원 550명 중 20%(110명)를 농수산인재전형으로, 10%(58명)는 도시인재전형, 나머지 70%(382명)는 일반전형으로 선발한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신규분야 교육수요에 대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학과 신설과 기존 학과 분과를 진행해 적용한다. 원예환경시스템학과와 산업곤충학과, 농수산가공학과, 농수산비즈니스학과 등 4개 학과를 신규로 운영하고, 기존 산림조경을 산림학과와 조경학과, 대가축학과는 한우학과와 낙농학과, 중소가축학과는 양돈학과와 가금학과로 분과한다.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식량작물학과와 채소학과, 산림조경학과, 대가축학과 등이 상대적으로 다른 학과에 비해 경쟁률이 높다.
 
-최근 몇년 경쟁률을 보면 4~6:1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정원이 줄어든데 반해 한농대는 정원을 늘려가는 추세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산업을 지탱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는 바로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펼치고 예산이 지원 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면 그 산업은 유지하기도 어렵다. 특히 농수산업은 후계 인력 육성이 어느 산업보다 시급하다. 농수산업의 종사자들이 매년 급격히 감소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약 20년 전인 1995년 농가인구가 485만명 이었는데 10년 전인 2005년에는 343만명, 작년에는 249만명으로 감소했다. 경영주 평균 연령도 66세에 달해 이대로 두었다가는 우리나라 농어촌 사회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농업을 영위하는 사람이 있어야 농촌이 유지발전 한다고 볼 때, 농수산업 후계인력 양성은 농정의 최우선 정책과제가 돼야한다. 농수산업을 직업으로 생각하고 도전하는 인원은 많은데 그동안은 대학이 이를 수용하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이들을 대한민국 농수산업의 든든한 대들보로 키우기 위해서는 한농대의 입학 정원 확대가 절실했고 노력의 결과 2018학년도부터 입학정원을 550명으로 확대하게 됐다.
 
-내년 1월이면 임기 만 3년이다. 임기 내 성과와 앞으로 비전은.
 
2015년 부임한 이래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일은 이제 성년을 맞이하는 우리대학이 우리나라 미래 농어업에 보다 책임 있는 교육기관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농부를 키워내기 위해 학교규모 뿐 아니라 교육의 질, 예산 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계획에 따라 입학정원을 40%, 교수는 67%이상 확대했다. 우리보다 작은 나라인 네덜란드에는 농수산전문대학교가 6개나 있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농수산전문대학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발전계획을 수립중이다. 다만 중장기 계획의 완성을 위해 조직·인력·예산의 확충이 더 필요하고 새만금간척지 등을 활용한 실습장 확보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남수 총장은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농수산전문대학으로 끌어올린다는 각오를 밝혔다. 사진/한농대


 
전주=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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