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미국 전기차 시장의 침체가 판매 감소를 넘어 완성차업체들의 라인업 구조조정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판매가 부진하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전기차의 생산은 중단·축소하는 반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차종에는 힘을 싣는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는 모습입니다.
현대차(005380)·기아도 일부 차종과 트림을 조정하며 미국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의 위축세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자동차딜러협회(NADA)가 집계한 지난달 미국 전체 신차 판매에서 순수전기차(BEV) 비중은 6.2%로 지난해 같은 달 10.1%보다 3.9%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모터인텔리전스 자료에서도 올해 1~8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9월 최대 7500달러 규모의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가 종료된 이후 수요가 위축되면서 완성차업체들도 차종별 생산과 라인업 조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생산을 잇달아 조정하고 있습니다.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현세대 생산을 종료하고 차세대 모델을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로 전환합니다. 폭스바겐도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 공장에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4의 현지생산을 중단하고 내연기관 SUV 아틀라스 등에 집중합니다. 이에 따른 미국 현지 상품 전략 조정 비용으로 5억유로를 반영했습니다.
혼다는 2026년형을 마지막으로 전기 SUV 프롤로그의 생산을 종료합니다. 콕스 오토모티브 집계에서 올해 상반기 프롤로그 판매량은 8407대로 전년 동기 대비 48.5% 감소했습니다. 제너럴모터스(GM)도 생산량을 줄이고 있습니다. WSJ은 GM이 쉐보레 이쿼녹스 EV와 블레이저 EV의 생산량을 줄였으며, 올해 다시 내놓은 볼트도 당초 2교대 대신 1교대로 생산한 뒤 2027년 생산을 종료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GM은 볼트를 공개할 당시부터 한정 생산 모델로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대차·기아도 미국 전기차 라인업을 재조정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아이오닉6와 고성능 모델인 아이오닉6 N의 판매를 중단합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은 판매를 이어갑니다. 코나 일렉트릭은 기존 2025년형 재고가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라 2026년형을 건너뛰고 올해 8월부터 2027년형으로 생산을 재개할 예정입니다. 기아도 차종과 트림별 조정에 들어갔습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기아가 미국에서 EV6와 EV9의 고성능 GT 트림을 제외했다고 전했습니다. EV6 GT의 미국 등록 비중은 2024년 4.6%에서 지난해 2.0%로 낮아졌으며 2년간 등록 대수는 1268대에 그쳤습니다.
차종별 판매 실적도 엇갈립니다. 기아 미국법인이 집계한 올해 1~8월 EV6 판매량은 5429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한 반면 EV9은 1만474대로 12% 증가했습니다. 지난달에는 EV6와 EV9 판매가 각각 60%, 33% 감소했습니다. 미국 출시가 미뤄진 EV4와 달리 보급형 전기 SUV EV3는 지난달 미국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미국 전기차 라인업 조정과 관련해 “관세와 유가, 차량 판매 등 여러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고 있다”며 “미국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쟁 업체들의 전기차 축소는 역설적으로 테슬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WSJ이 인용한 모터인텔리전스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 테슬라의 미국 판매량은 32만5351대로 16% 감소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43%에서 52%로 9%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미국 전기차 시장 전체 판매량이 30% 줄어든 데 비해 테슬라의 감소 폭이 작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력 SUV 모델Y 판매량은 2% 감소하는 데 그쳐 올해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 3대 중 1대를 차지했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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