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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부세, 메뉴에 '국내산 굴비' 표기만으로 사기 아냐"
대법 "손님들이 원산지 속아 식당 이용했다고 보기 어려워"…원심 파기
2017-06-18 09:00:00 2017-06-18 09: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코스요리에 굴비 대용으로 중국산 부세를 사용하면서 메뉴판에 국내산으로 표시한 것만으로는 사기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원산지표시법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유모씨에 관한 상고심에서 전부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심리를 다시 하라며 사건을 청주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 굴비처럼 가공한 중국산 부세를 2만원짜리 점심이나 2만5000원 또는 5만5000원짜리 저녁 코스요리에 굴비 대용품으로 사용한 사실, 이 식당에서 사용되는 중국산 부세의 크기는 25㎝~30㎝로서 1마리당 5000원 또는 7000원 정도인데, 같은 크기의 국내산 굴비는 1마리에 20만원 내외의 고가인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피고인이 손님들로부터 '이렇게 값이 싼데 영광굴비가 맞느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 중국산 부세를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 가공한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피고인의 진술을 더해 보면 손님들이 메뉴판에 기재된 국내산이란 원산지 표시에 속아 이 사건 식당을 이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씨는 지난 2013년 1월부터 3월까지 충북 청주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칠레산 삼겹살을 수육으로, 미국산 안창살과 말레이시아산 낙지를 각각 볶음 또는 단품으로 조리해 판매하면서도 메뉴판에는 '남도음식 전문점'이라는 문구와 함께 '소고기/돼지고기/해산물, 생선-국내산'이라고 표시하는 등 원산지표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함께 유씨는 같은 기간 이 음식점의 간판과 방송 광고 등을 통해 남도음식 전문점이라고 홍보하면서 삼겹살, 소고기, 낙지 등 일부 수입 식재료를 사용하고, 중국산 부세를 조리해 제공하면서도 마치 국내산 식재료와 국내산 굴비인 것처럼 손님에게 판매해 음식대금 명목으로 총 1억9500만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유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이에 유씨는 굴비와 기타 식재료의 원산지를 허위로 알린 것을 인정하면서도 일반 상거래 관행에 비춰 과장·허위 광고에 그칠 뿐 기망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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