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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유연화 20년, 새정부서 제동
관건은 국회 합의와 경제계 반발
2017-05-25 18:43:25 2017-05-25 18:48:22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새 정부 출범으로 외환위기 이후 20년 동안 지속된 노동유연화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가 경제계의 반대를 뚫고 고용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주권선대위 일자리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유연화에 제동을 걸 정책들이 다수 담겨 있다.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노동유연화 정책과 대비된다. 노동계는 찬성, 경제계는 반대하는 내용들로, 세부적으로는 ▲정리해고 요건 강화 ▲비정규직 축소 ▲노동3권 확대 ▲근로시간 축소 ▲근로감독 강화 등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리해고와 근로자 파견이 제도적으로 허용됐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1996년 비정규직 노동자는 386만명, 외환위기를 겪던 1997년에는 418만200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644만명에 달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고용을 불안하게 만든 노동관련 법·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정리해고 요건을 크게 강화한다.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 희망퇴직·인력퇴직 프로그램을 실행할 경우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는 '경영상 이유'가 있어야 가능해 논란이 발생했다. '기업유지가 어려운 경우' 정리해고가 가능하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사용자의 해고회피 노력, 정리해고자 우선재고용도 의무화한다.
 
2009년 쌍용차는 법정관리를 신청과 함께 직원 2000명을 내보냈다. 2014년 대법원 판결이 있기까지 5년 동안 쌍용차 노사는 경영상 필요로 정리해고를 했는지를 놓고 법정싸움을 벌였다. 쌍용차 사태를 비롯해 매년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극심한 노사갈등을 앓아온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상시근로자수 300인 이상인 대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비정규직을 사용할 경우 부담금을 납부하는 사용부담금 제도도 도입한다. 대기업에서 걷힌 돈은 정규직 전환 지원금과 사회보험료 지원에 활용된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와 철강업종은 불법파견이 최대 현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부는 불법파견 노동자 직접고용 간주제도를 도입한다.
 
근로감독도 강화한다. 정부는 근로감독청을 신설해 노동검사를 파견, 임금체불·부당노동행위 등 노동 범죄에 대한 형사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노동사건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수사해 검찰에 넘기면 공안부에 배정받는다. 노동사건을 전문적으로 맡는 노동검사를 통해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고서에 담긴 정부의 노동정책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정부는 취임 15일 동안 보고서의 과제들을 실행하고 있다. 24일에는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고, 지난 23일 고용부 경기지청은 기아차의 불법파견을 수사하기 위해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도 보고서에 담겼다. 문 대통령은 높은 국정지지율을 바탕으로 노동유연화에 제동을 걸 정책을 실행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정치권 합의와 경제계의 반발이다. 보고서에 담긴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선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 개정이 필요하다. 여소야대 국회의 합의가 전제된다. 정규직 과보호론을 주장하는 경제계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25일 한 포럼에서 최근 공공·민간부문에서 추진되는 정규직 전환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회사의 특성과 근로자 개별적인 사정 등을 고려치 않고 무조건 비정규직은 안된다는 식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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