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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우울한' 창립 79돌
이재용 구속에 분위기 가라앉아…"지금 상황에서 무얼 할 수 있겠나"
2017-03-22 15:38:34 2017-03-22 15:43:38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삼성이 22일 창립 79돌을 맞았다. 자축은 없었다. 서초사옥과 태평로사옥의 분위기는 차갑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건희 회장이 여전히 병상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마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구속됐다.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은 해체로 자기책임을 물었다. 분위기가 좋을 수 없다.  
 
삼성그룹 창립 79주년인 22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에 직원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삼성의 역사는 삼성상회에서 시작된다. 1938년 3월1일 삼성물산 전신인 삼성상회가 설립됐다. 엄밀히 따지면 창립기념일은 3월1일이다. 현재의 3월22일로 바뀐 것은 1988년이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이로부터 3월22일이 삼성의 창립기념일이 됐다.
 
이날 그룹 내 전 계열사 모두 별도의 기념행사 없이 평상시처럼 정상근무 체제를 유지했다. 삼성물산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됐기 때문에 그룹 차원의 움직임도 전무했다. 삼성 관계자는 "몇년 전부터 그룹 차원에서 별도의 창립 기념행사를 하지 않았다"며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년만 해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모범상, 근속상 등의 시상이 있었다"며 "올해는 CEO 축하인사, 사내방송과 같은 이벤트도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은 최근 수년간 창립일과 관련된 별도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 창립 70주년이었던 지난 2008년은 당시 비자금 관련 삼성 특검이 진행되고 있어 물리적으로 행사가 어려웠다. 창립 75주년이었던 2013년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20년과 시기가 맞물리면서 관련 행사를 진행한 바 있지만, 이 역시 창립기념일이 아닌 신경영 선포일인 6월7일에 이뤄졌다.
 
특히 올해는 사정이 더욱 안 좋다. 창립 이래 처음으로 총수가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이 눈 앞에 펼쳐졌다. 계열사별 자율경영이라는 초유의 실험도 전개 중이다. 각 사 CEO들은 전자를 기준으로 현상유지에 방점을 찍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인사와 조직개편 역시 한걸음도 진전치 못했다. 오는 5월로 예상되는 이 부회장 1심 재판에 사력을 다해 집중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기념행사를 할 수 있겠느냐"며 "분위기가 극도로 가라앉아 있다"고 말했다.
 
수감 중인 이 부회장에 대한 면회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었지만, 변호인 외에 알려진 행보는 없었다. 삼성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면회를 진행할 경우 당연히 회사측에서 모를 뿐더러, 공식적으로도 진행된 면회는 없다"고 말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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