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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성은 없었고 강제성은 있었다?…재벌총수 증언의 ‘모순’
2016-12-07 16:43:09 2016-12-07 16:43:09
최태원(왼쪽부터)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출석, 마지막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재벌총수들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의 강제성을 시인하면서 뇌물죄에 대한 법리문제가 복잡해졌다. 강제성이 있어 돈을 냈다면 불이익을 피하는 반대급부를 챙긴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법리적으로 대가성이 인정될 수 있다. 재단에 돈을 낸 것만으도 ‘포괄적 뇌물죄’는 성립된다. 여기에 대가성 요건을 채우면 뇌물공여죄로 형량이 커질 수 있다.
 
재벌총수들은 6일 청문회에서 하나같이 재단 출연에 대가성은 없었다고 부정했다. 인정할 경우 뇌물죄로 직결된다. 하지만 강제성에선 입장이 갈렸다. 강제성은 대통령이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등의 직권남용, 강요죄로 국한된다. 기업들은 피해자가 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된 답변만을 했다"며 "강제성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대가성은 극구 부인했다. 아예 관여하지 않았다고 못을 박으면서 책임선에서 철저히 비켜갔다. 최태원 SK 회장은 “대가성을 갖고 출연한 바 없고 제 결정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대가를 기대해 지원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사회공헌이든 출연이든 어떤 경우에도 대가를 바라고 하는 지원이 없다”고 했다. 
 
강제성은 달랐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기꺼이 냈다”고 했고, 손경식 CJ 회장도 “모두 하니까 따라서 냈다”고 했다. 조양호 한진 회장도 “다른 기업들이 하면 (출연)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창수 GS 회장은 “청와대 요청을 기업이 거절하기 어렵다”며 강제성을 인정했다. 구본무 LG 회장도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도 최순실씨 모녀의 승마지원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들었다”며 한발 더 나아가 “자발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공소장에는 기업들이 청와대 요구에 불응할 경우 세무조사를 당하거나 인·허가 어려움 등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출연금을 납부했다고 적시됐다. 거꾸로 보면 출연금을 납부해 세무조사나 인·허가 등의 불이익을 피했다는 의미로도 비춰진다.
 
대법원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한 법리를 보면, 대통령은 인·허가, 세무조사 등에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기업 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실제 행사 유무는 범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청탁의 유무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 특히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해달라는 것도 대가관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강요에 의한 모금도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법리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재단 출연과 비슷한 시기에 전경련이 추진한 정책 민원도 대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전경련이 노동시장 경쟁력 강화 명목으로 노동개혁5법, 원샷법(기업활력제고 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1월13일 대국민담화로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4법을 1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 달라고 했고 범국민 서명운동에도 서명했다”고 말했다.
 
한편, 허창수 회장은 지난 10월 한일 재계회의 후 재단 관련 의혹을 알고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보고받은 적 없다고 했지만, 청문회장에선 “(재단)마지막 설립할 때 보고받았다”고 말을 바꿨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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