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최근 행정고시 출신의 금융위원회 사무관이 산하기관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단순히 초급 사무관의 개인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 꼽히는 금융위원회의 무게감이 엄중하기에 공직사회에 일으키는 파문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 공직 사회에서 '갑 중의 갑'이라 불리는 최고 엘리트 집단인 금융위에서 이같은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 만으로도 조직 전체의 위상이 땅으로 추락했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초급 사무관의 산하기관 갑질 성추행 파문으로 금융위 조직 내부 분위기는 흉흉하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인 인적 사항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내부에서도 알만한 사람은 알고 있었는데 개인적인 관계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입사해 4년도 안된 초급 사무관의 사회적 지탄을 받을 취중 성추행과 갑질이라는 점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국가 최고 엘리트 집단인 금융위 공무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관리·감독 대상인 산하기관의 여직원을 대상으로 한 갑질이라는 점은 내부에서 조차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개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 다른 관계자는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금융위 직원이 연루된 불미스러운 일이라기 보다는 완벽한 범죄"라며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갑을 논란으로 확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부처에서 '갑 오브 갑'은 국내 경제 정책과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다. 행정고시 재경직 수석 합격자들이 예외없이 지망하는 곳이 기재부이며 기재부 직원들도 스스로를 '제1부처'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 기재부와 함께 금융정책-금융감독 권한과 특유의 엘리트 문화를 통해 금융계를 쥐락펴락하는 곳이 바로 금융위원회다. 금융위 역시 행시 성적 상위권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금융위는 지난 2008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금융정책국' 및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을 떼내 금융감독위원회와 합친 공무원 조직이다. 금융 관련 법률의 제·개정권을 비롯해 금융회사 감독규정 제·개정권, 각종 인허가, 제재권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여기에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주택금융공사 등 9개 금융공기업의 감독기능을 갖고 있으며, 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금융투자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금융유관기관들도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다.
기재부와 금융위 모피아들이 금융공기업은 물론 민간 금융사의 인사를 쥐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금융위 직원들도 우리나라 금융정책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는 것과 그 어느 정부부처보다 엘리트가 모여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실제로 과거 재정경제부 시절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며 막강한 권한을 펼쳤던 금융정책국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행정고시 출신 중에서도 서울대 출신만 살아남는 지독한 엘리트 문화는 금융권에서 유명하다. 전광우, 진동수, 김석동, 신제윤 등 역대 금융위원장은 모두 서울대 출신이었으며, 현재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비서울대(연세대) 출신이다.
산하기관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송치된 L사무관 역시 엘리트로 분류된다. 그는 SKY대학(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으로 2012년에 행정고시 55기로 공직사회에 입문했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행시를 치르지 않은 비고시 출신도 40%에 달하지만 막상 사무관에서 과장으로 승진한 출신은 전무하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표면적으로 개인적인 일탈이며 쉬쉬하는 분위기다. 한 과장은 "금융위는 다른 정부부처와 달리 산하기관으로부터 접대를 받는 것이 없는 편"이라며 "금융위 갑질이라고 일반화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초급 사무관의 돌발 행동이 아니고선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가해자와 피해자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며 공공연하게 해명해오다가 이날 사건이 공론화되고 은폐의혹이 일자 "사건 당사자의 주장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산하기관의 한 직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에 있었던 일이라 자리를 가진 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지만 서민금융정책 등의 사업 모델을 조율하기 위해서 금융위 관계자들과 미팅을 해야 하는 경우는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소위 잘나가는 선후배들끼리 금융정책을 좌지우지한다는 점에서 폐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엘리트 집단에서 이런 문제가 터졌다는 것은 위에서부터 자정능력을 잃었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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