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업무보고 최우선 과제는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
2026-06-02 14:03:16 2026-06-02 14:03:16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6·3 지방선거 이후 정부 부처별 업무보고가 순차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가장 시급하게 마무리해야 할 과제로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꼽힙니다. 지난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 지배구조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바 있는데요. 금융당국이 이미 수개월째 관련 대책을 검토해왔는데 하반기 임기 만료가 도래하는 금융지주사에 적용하는 등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선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배구조 개편 석달째 지연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방선거 이후 예정된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염두에 두고 주요 정책 과제 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말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6개월 뒤 다시 업무보고를 열겠다"며 중간 점검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 부처는 상반기 추진 과제의 성과와 하반기 추진 계획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에 힘을 주는 모습입니다. 금융위는 당초 지난 3월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정치 일정과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발표 시기를 미뤄왔습니다.
지난해 업무보고 당시 이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질타에 금융위가 빠른 답을 내놓기로 한 만큼 일정은 한달 정도 미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석 달이 넘도록 구체적인 발표 시기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특히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을 제한하는 방안이 포함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당국은 현재 '3연임 제한'을 법제화하는 방안과 모범규준 또는 모범관행 형태로 반영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 중입니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가 사실상 이사회와 차기 후보 추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연임 횟수를 아예 못 박겠다는 것입니다.
 
논의 초기 도입이 유력시 됐던 '회장 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도입은 무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138930) 회장 등이 모두 출석 주주 3분의 2를 훌쩍 뛰어넘는 찬성률을 보인 바 있습니다. 당국 내부에서는 특별결의 도입만으로는 장기 연임을 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신에 상호금융권 등 설치법에서 임기 횟수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금융사 최고경영자의 임기를 제한하는 것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성격인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임기 횟수를 명시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도 "관련 법에 명시하는 것은 충분히 입법기관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방선거 이후 진행될 정부 업무보고를 염두에 두고 주요 정책 과제 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늦을 수록 실효성 반감"
 
다만 '회장 3연임 금지' 조항을 지배구조법에 명문화하더라도 실제 입법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금융지주만 별도로 연임 제한을 두는 것이 상법 체계나 다른 대기업 집단과의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임위 검토 과정에서 입법조사처나 상임위 전문자문위원의 반대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당국은 지배구조 개선안으로 회장 임기 제한 외에도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전원 사외이사 구성 △임원후보 추천 시 사외이사 전원 서명제 △금융사고 발생 시 임원 성과급 환수 '클로백 제도' △사외이사 외부 평가·공시 의무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사외이사 직접 추천 방안 △사외이사 3년 단임제 등이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무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3월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금지하고 자회사 임원 겸직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이 외에도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올해에만 총 6건 발의된 바 있습니다.
 
법안 발의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회장 3연임을 제한하는 안건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며 "경영 승계와 관련해 형식적 절차만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당국 내부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지체될수록 실효성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당장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둔 곳은 KB금융지주가 유일한데요. 양종희 KB금융(105560) 회장 임기는 오는 11월 말 만료됩니다. 지배구조 개선 법제화가 늦어질 수록 최초 적용 사례로 꼽히는 KB금융 경영 승계 과정에 개선안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의 발표 지연에 대해 "어떻게 제도를 만들어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고민인데, 그러다 보니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월26일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법제화에 대해 "적어도 10월 정도까지는 시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금융지주들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준수해서 실천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부분을 강력하게 점검하고 감독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말 정부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6개월 뒤 다시 업무보고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정부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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