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다른 산업과 달리 우리나라 에너지 시장은 정부가 공급과 가격을 결정하는 독점 구조로, 기업이 시장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는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관련 업계와 국책 연구원들은 우리나라 에너지신산업 활성화 방안 키워드로 단연 '시장'을 꼽는다. 에너지 시장과 관련한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수요 중심의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에너지를 민간시장에 개방하고 경쟁체제를 도입할 경우 닥칠 후폭풍에 대한 경계도 만만치 않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에너지신산업 활성화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 앞서 에너지 시장 구조를 먼저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요 장애요인으로 정부의 독점적 에너지 공급에 따른 민간 기업들의 진입장벽, 이에 따른 비정상적 전력요금제 등을 꼽았다. 현재 전력을 비롯한 에너지 시장은 소비자가 공급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공급자에게 선택과 공급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전력산업의 경우 2011년 4월 전력산업 구조 개편으로 도매시장 경쟁이 도입됐지만, 소매시장은 여전히 한국전력이 유일한 판매사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구조는 낮은 전력 요금으로 이어지면서 시장의 왜곡을 불러왔다는 것이 연구원의 지적이다.
이유수 선임연구원은 "에너지신산업은 산업간 또는 기술 간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기술의 융복합 산업으로 진화되는 형태를 띠기 때문에 진출입 장벽이 큰 산업구조 하에서는 창출되기 어렵다"며 "다양한 사업자가 존재하는 시장이라면, 각 에너지 공급자는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차별화된 노력으로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개발 유인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격 규제와 관련해서는 "에너지 시장의 과도한 가격 규제로 인해 적정한 자원배분이 이뤄지지 않는 산업 구조 하에서는 새로운 수익성 모델을 창출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전력의 경우 특히 시간대별 가격 차이에 근거한 판매 및 구매전략에 따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되지 않으면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체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서 방문객들이 스마트 TV와 태블릿 PC를 통해 가정 내 전력 사용정보를 확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추진 중인 각 에너지신산업별 지원정책 역시 구조의 변화 속에서 통합 관리로 일신을 변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규제완화와 경쟁구도 속에서 하나의 에너지 사업자가 다양한 에너지를 판매하거나 거래하는 방향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며 "시장의 경쟁촉진 및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시기능의 강화 또는 공정경쟁 질서 확립 등 시장 기능이 원할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범위 내에서 통합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현 국내 에너지 시장 구조로는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신재생에너지 업체 관계자는 "국내 전력 요금이 지나치게 낮은 상황에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태양광 발전이 저렴하다는 이유를 이를 이용할 소비자가 있겠느냐"며 "산업체들 역시 전력 요금 부담보다 ESS나 EMS 구축 비용을 더 부담스러워 하는 특이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작은 내수 시장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 만큼 에너지신산업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 역시 글로벌 시장 진출이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정"이라며 "다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최소한의 레퍼런스를 구축해야 하는데 공공시장을 제외하고는 사업을 할 시장이 대부분 막혀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에너지신산업 지원 정책 역시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앞선 관계자는 "정부가 신재생공급의무(RPS) 비율 및 공공기관 적용 확대 등 지원을 해주면 당장 수익은 낼 수 있겠지만, 지속성장에서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며 "결국 기업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시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