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산업, 정부정책 따라 '갈팡질팡'
세계는 미래 에너지원 선점 전쟁…108.7조 '수장'
2016-08-16 07:00:00 2016-08-16 07:00:00
미래 에너지원 선점을 위한 각축전이 활발하다. 기후환경 변화에 따라 탄소배출을 줄이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는 일이야말로 다음 세대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인류 차원의 절박감 속에, 에너지신산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건물과 공장을 넘어 도시 전체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주는 스마트그리드를 비롯해 태양광, 2차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에너지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에너지신산업이 국가 핵심 전략으로 전면에 서게 된 계기는 MB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다.  8년여의 시간이 흐른 2016년,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 정책 및 시장과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한다.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녹색성장은 한강의 기적에 이어 한반도의 기적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2008년 8월15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의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발전 전략으로 제시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대응 움직임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국가 차원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신산업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100조원이 넘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핵심 성과지표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8년 6억540만톤에서 2011년 6억9770만톤으로, 같은 기간 1인당 에너지 소비량 역시 4.92toe(석유환산톤)에서 5.56toe로 늘었다. 태양광과 스마트그리드 등 주요 에너지신사업의 성과 역시 전무했다. 피해는 정부를 믿고 녹색성장에 동참했던 기업들과 세금을 낸 국민들 몫이었다.
 
정권이 바뀌고 난 이후에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통해 에너지신산업 육성 정책을 재정비했지만, 방향과 내용면에서 앞선 MB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대강에 잠긴 녹색성장
 
2009년 MB 정부가 녹색성장을 위해 내놓은 1차 5개년 계획은 3대 전략, 10대 정책, 50대 실천과제로 구성돼 있다. 큰 틀인 3대 전략을 보면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자립 ▲에너지신산업 확대를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 ▲삶의 질 개선과 국가 위상 강화 등이다. 이를 위해 지원된 재원만 108조7000억원에 이른다.
 
MB 정부의 녹색성장 계획은 실행 이전부터 숱한 비난에 직면하며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세부계획 면면을 보면 예산안 대부분은 '4대강 살리기'와 '전국 자전거도로 네트워크 구축' 등 토건사업에 집중됐고, 이외 예산들은 집행률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뿔뿔이 흩어졌다. 녹색성장위원회가 발표한 녹색성장 5개년 계획 추진 로드맵을 보면, 4대강 살리기 등 기후변화 적응 강화 계획에 36조3000억원, 그린빌딩 및 자전거 이용 활성화 등 녹색 국토교통 조성에 25조3000억원 등 전체의 60%에 이르는 예산이 토건에 투입됐다. 
 
대규모 토건사업에 의존한 구시대적 녹색성장 전략은 에너지신산업에 대한 장기적 안목과 산업 특성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에너지신산업 확대안은 4대강살리기에 수몰돼 추진력을 상실했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녹색성장 5개년 1차계획 말미인 2012년 투자 과잉으로 가동률이 50% 선까지 떨어졌으며, 지금은 중국발 공급과잉에 허덕이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확산사업은 제주를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검토만을 거듭하며 지연되고 있는 상태로, 이에 따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관련사업도 멈춰섰다. 
 
'창조경제'로 틀만 바꿨다 
 
녹색성장이 4대강 사업 부작용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잃자, 박근혜 정부는 서둘러 녹색성장 흔적 지우기에 돌입했다. 에너지신산업 정책은 에너지 미래전략이라는 이름 하에 재정비됐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신산업 종합대책이 토건사업으로 점철된 녹색성장과 대비해 신산업 육성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들이 녹색성장 때와 마찬가지로 개별 사업모델별 투자로 채워졌으며, 전력시장 등 국가 에너지시장 구조와 규제개혁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만큼 보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에너지미래전략위원회 출범과 함께 '에너지신산업 성과 확산과 규제개혁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오는 2020년까지 에너지신산업에 총 42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8대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및 발전소 확보, 신재생공급의무(RPS) 비율 확대를 골자로 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33조원을 투입하는 것을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4조5000억원 ▲스마트계량기 도입 2조5000억원 ▲친환경발전 2조원 등을 투자한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추진되는 에너지신산업은 에너지 시스템의 변화와는 별도로 개별 사업모델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정부는 각 사업 모델별 추진전략을 세워 민간 투자의 확대가 가능하도록 자생적 생태기반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지만, 핵심적 제도개혁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민간 투자가 확대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MB정부와 달리 전기요금 체계의 개선, 에너지신산업 육성 특별법 제정 등을 언급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며 "제도적으로 규제를 어느 수준까지 완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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