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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양궁, 역시 '효자 종목'…공정선발·과학적접근 '효과'
남자 단체전 가볍게 우승…4개 전 종목 석권 노려
2016-08-07 12:43:29 2016-08-07 12:43:29
[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한국 첫 금메달은 '효자 종목' 양궁에서 나왔다. 대회와 규정이 바뀌어도 한국 양궁이 지닌 '세계 최강' 위용은 변하지 않는다.
 
김우진(청주시청), 구본찬(현대제철), 이승윤(코오롱엑스텐보이즈)으로 구성된 남자 양궁 국가 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미국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세트스코어 6-0(60-57, 58-57, 59-56)으로 이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준결승에서 미국에 패하며 단체전 동메달에 머문 빚을 4년 만에 갚았다.
 
대표팀은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했다. 1세트 한국 선수들이 쏜 6발은 모두 10점을 기록했다.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도 놀라 혀를 내두를 정도로 '신궁'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2세트 잠시 긴장한 듯 주춤하며 미국과 치열한 승부를 펼친 한국은 막판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경기를 풀었다. 결국, 이승윤의 8점짜리 화살이 경기 후 9점대에 걸친 것으로 판명돼 1점 차 아슬아슬하게 세트를 챙겼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마지막 3세트에 거침이 없었다. 지면 끝인 미국 선수들은 8점대를 쏘는 실수를 저질렀고 대표팀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9점대 하나만 제외하고 5발을 모두 10점으로 장식한 한국 남자 양궁은 지난 2000 시드니 올림픽부터 2008 베이징 올림픽까지 단체전 3연패를 이룬 뒤 8년 만에 다시 올림픽 단체전 정상에 섰다.
 
박채순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국가 대표 선발전이 워낙 치열해 승부 근성 있는 선수들만 남는다"면서 "미국과 모두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우리 선수들이 승부사 기질이 있어서 그렇다. 자랑스럽다"고 기뻐했다.
 
이번 우승으로 양궁은 1948 런던 올림픽부터 지난 2012 런던 올림픽까지 한국이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 82개 가운데 무려 20개(은메달 8개, 동메달 6개)를 합작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이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 4개 가운데 1개는 양궁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양궁의 '금맥 캐기'가 얼마나 대단하고 꾸준한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이번 금메달로 각각 역대 금메달 11개로 공동 2위인 유도와 레슬링과 격차를 더 벌리며 양궁을 향한 국민의 기대에 보답했다.
 
특히 이번 금메달은 한국 독주를 의식해 최근 수차례 규정을 바꾼 국제양궁연맹(FITA)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나왔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다. 겉으론 세계 양궁의 평준화를 위한 노력이라곤 하지만, 연맹 입장에선 매번 금메달을 독식하는 한국이 좋게 보일 리 없다. 2010년 점수 적용 방식을 누적 점수제 대신 세트제로 바꾼 뒤 지난 런던 올림픽부터 이를 단체전까지 확대했지만, 바뀐 규정에도 한국은 런던 올림픽 금메달 3개에 이어 이번에도 대회 시작부터 선전했다.
 
우승의 이면엔 대한양궁협회와 한국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도 자리 잡고 있다. 협회는 공정하고도 엄선된 대표 선발전을 통해 오직 실력으로만 국가 대표를 선발한 뒤 맹훈련을 펼쳤다. 선수들은 통증을 참아가며 손에 굳은살이 배길 때까지 태릉선수촌에서 매일 수백 발의 화살을 쏘며 과녁을 정조준했고 야구장에서 소음 대비 훈련을 펼치는 등 여러 상황을 대비한 훈련법으로 '리우 적응도'를 키웠다. 미리 리우의 분위기를 체험한 선수들은 실전에서 무서운 집중도를 발휘했다. 리우 현지의 강한 바람과 소음도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이미 내공이 쌓인 한국 양궁을 위협할 장애물은 없었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옛 방식이 아닌 철저하게 과학에 접근한 훈련법으로 효과를 봤다.
 
이제 한국은 그간 이루지 못한 남녀 개인전 및 여자 단체전 등 4개 전 종목 석권이라는 대업 달성을 노린다. 대표팀은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따냈지만 남자 단체전 동메달로 전 종목 석권엔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이야말로 전망이 밝다. 먼저 여자 대표팀이 8일 단체전에 출전해 양궁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88 서울 올림픽부터 이어온 올림픽 8연패에 도전한다. 이미 8강에 선착한 여자 대표팀은 세계 최고 기량을 발휘하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금메달이 유력하다.
 
개인전에 대한 기대도 크다. 특히 여자부는 최미선(광주여대)이 개인전 예선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장혜진(LH)과 기보배(광주광역시청)가 각각 2위와 3위를 휩쓸었다. 세 선수는 본선 4강 때까지 맞대결하지 않아 한국 선수들의 메달 독식도 가능할 전망이다. 남자부 개인전 예선에선 김우진이 700점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등 1위를 기록했다. 구본찬(681점)은 6위, 이승윤(676점)은 12위로 본선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계속 올라온다면 A조 김우진, C조 이승윤은 4강에서 만난다. 여자 개인전 금메달 주인공은 11일 가려질 전망이며 남자 개인전 금메달 주인공은 다음 날인 12일 나온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김우진, 구본찬, 이승윤(왼쪽부터)이 7일 열린 리우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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