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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회동 사흘 만에 차가워진 정국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에 청와대·야당 다시 날카롭게 대립
2016-05-16 17:19:29 2016-05-16 17:19:29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청와대와 국회 간 이른바 '협치'의 시금석으로 여겨졌던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 지정과 제창이 무산되면서 정국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국가보훈처는 기념곡 지정 불가의 이유로 ‘사회단체 사이의 찬·반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보훈처는 16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두고 '특정단체의 민중의례에서 애국가 대신 부르는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노래'라는 반대 의견이 있다”며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정부기념식에서 부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라고 합창 형식을 고수하는 이유를 강변했다.
 
야당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몰역사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80년 광주는 국민의 삶이고 문화이고 역사다. 광주를 품고 산다는 것은 국민의 삶과 문화, 역사를 고스란히 받아들인다는 것”이라며 “그것을 잘 모르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앞날이 지극히 걱정스럽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결정이 각 당에 통보되는 과정에서 원내 제1당으로 부상한 더민주가 배제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합창 결정은 보훈처 발표 전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통화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에게는 그 이후로도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청와대는 국민의당 하고만 파트너십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왜 이 문제를 국민의당에만 통보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 후 ‘정말 연락을 못받았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못받았다. 국민의당하고 잘해보라 그래”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청와대 회동 후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성과가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것이 무색해진 셈이다.

 

이번 결정이 보훈처의 단독 행동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박승춘 보훈처장이 ‘자기 손을 떠났다’고 한 것은 바로 윗선이 박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며 대통령 책임론을 주장했다. 청와대와 여·야 3당 원내지도부 간 회동으로 모처럼 만들어진 대화 분위기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 원내대표는 더민주와 새누리당에 박승춘 보훈처장의 해임 촉구결의안을 공동 발의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야당이 하는 것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고, (해임결의안에) 동참할 의사도 없다”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다만 보훈처의 불허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고 재고를 요청하는 한편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전향적인 방향을 찾아보자고 말한 통화 내용을 전하며 사태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16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 행사위원회 관계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연 뒤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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