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시절 '구로 분배 농지' 재심소송 농민들 승소확정
대법원 "국가 승소 판결 증거 위·변조 인정"
입력 : 2016-01-03 09:00:00 수정 : 2016-01-03 09:04:08
박정희 정권 시절 ‘구로 분배농지 소송사기 조작의혹 사건’ 누명을 쓰고 토지를 빼앗긴 농민들에게 토지를 돌려주라는 재심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소송사기 누명을 쓰고 토지를 빼앗겼던 김모씨의 유족 등 상속인 1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재심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소송적격이 없는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상속인들에게 토지를 되돌려주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이 재심 판결에 대한 재심 청구를 인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가 제기한 재심의 판단 기초가 됐던 형사판결이 형사재심사건에서 무죄판결로 바뀐 점 등 관련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이 사건 재심대상 판결 역시 재심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의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한 국가의 재심청구에 관해 다시 심리한 결과 국가가 주장하는 재심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을 취소하고 피고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원심은 옳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의 시작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까지 올라간다. 당시 일제는 서울 영등포구 구로동 일대 전답 약 30만평 토지를 강제수용한 뒤 일본국 육군성 명의로 등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군용지로 사용되지 않고 원래의 농경지로 경작됐고 등기상 지목도 전답으로 되어 있었다.
 
해방 뒤인 1950년 3월 농지개혁법이 개정…공포된 후 이 토지는 국가에 의해 농지분배 절차가 진행됐고 농지를 분배받은 농민들은 1952년까지 상환곡을 납부했다. 그러나 1953년 5월 국방부가 이 토지가 국유지라며 소유권을 주장했고 1961년 9월에는 토지 관리권이 재무부로 이관돼 서울시로 하여금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를 조성하게 하면서 판잣집이 철거되고 공영주택과 공단이 들어섰다.
 
이후 이 토지를 분배받아 농사를 짓던 김씨 등 7명이 1964년 국가를 상대로 토지를 되돌려달라는 소송을 내 승소했고, 다른 토지 소유자들도 잇따라 같은 소송을 내 1968년 3월까지 약 200명이 승소가 확정됐다.
 
그러나 확정판결이 난 뒤 검찰이 갑자기 농지분배 서류가 조작됐다며 토지를 되돌려 받은 농민들과 농지담당 공무원들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농민들은 토지소유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불기소 처분됐고 끝까지 불복한 41명이 기소됐다. 이렇게 시작된 소송은 1968년 3월부터 1984년 3월까지 계속됐으며 소송 도중 사망한 농민 등을 제외한 26명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당시 국가는 농민들을 수사하는 동시에 패소한 민사소송이 잘못됐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농민들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자 본격적인 재심을 진행해 1989년까지 4건의 재심사건에서 모두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후 당시 형사 유죄판결을 받은 일부 농민들과 유족 등 155명이 2006년 5월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신청했다. 위원회는 1년여간의 조사를 거쳐 2008년 “국가가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사소송에 개입해 공권력을 부당하게 남용했고 농민들을 집단적으로 불법 연행해 가혹행위를 가하고 권리포기와 위증을 강요했다”며 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유죄판결을 받았던 농민 등 26명 중 생존자와 사망자 유족들이 위원회 결정을 근거로 형사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고 결국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이후 김씨 등이 “국가가 토지 소유권에 대한 민사소송 재심청구에서 승소한 것은 불법적으로 유죄가 확정된 판결을 근거한 것”이라며 다시 국가를 상대로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2013년 1월 “당시 재심 판결은 그 증거가 위조나 변조된 것”이라며 김씨 등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국가가 상고했다.
 
한편 김씨 등과 같은 주장을 하며 소송을 낸 당시 피해 농민들이 지난해까지 290여명에 달했으며 대부분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국가가 배상할 금액을 650억여원으로 판결했지만 이자까지 합치면 1100억원대, 나머지 관련 소송 등 총 10여건에 대한 배상액은 수천억원대로 추산된다.
 
그러나 재심청구 과정에서 80여명이 당사자가 아니면서도 소송을 낸 의혹이 불거져 지난해 11월 검찰이 다시 수사에 나서는 등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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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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