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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재 '계륵 조희연' 비판에 이상수, '문경지교' 응수
전교조 단체협약 거부 두고 SNS 설전
삼국연의·사기 고사성어 인용 일진일퇴
2015-11-25 23:14:01 2015-11-25 23:55:56
"공인 자리에 오른 이들의 우정과 갈라섬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송원재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서울지부장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삼국연의>에 나오는 '계륵'에 빗대 비판하자 이상수 서울교육청 대변인이 사마천의 <사기> ‘염파인상여열전’ 고사성어인 '문경지교'로 응수했다.
 
이 두 사람은 약 일주일 전부터 SNS를 통해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서울교육청이 전교조 단체협약 요구를 거부한 것이 직접적 배경이다.
 
전교조는 최근 서울고법이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자 곧바로 서울교육청에 단체협약 체결을 촉구했다. 그러나 서울교육청은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의 본안소송이 아직 남아있고, 조 교육감의 선거법 위반 선고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니 시간을 더 갖자고 했다. 전교조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였다.
 
지난 19일 송 전 지부장이 포문을 열고 조 교육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조희연 교육감은 어쩌다 진보교육의 계륵이 되었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계륵의 고사를 소개한 뒤 영훈 국제중 사건, 자사고 지정 유지 등 조 교육감의 아픈 곳을 매섭게 찔렀다. 교육감의 영이 안 서 교육공무원들이 우습게 안다고도 했다. 전교조와의 단체협약 체결 거부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노동조합의 꽃'인 단체교섭을 막음으로써 '불임노조'를 만드려는 현 정부와 소름끼치도록 닮았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30년 지조를 지켜온 진보지식인 조희연을 계륵으로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조 교육감 자신이며 먹지도 못할 닭갈비를 언제까지나 간직할 사람은 없다"고도 했다.
 
닷새 뒤 이 대변인은 자신의 SNS에 '문경지교(刎頸之交)와 구동존이(求同存異): 세상을 바꾸는 우정'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맞받았다. "직접 뵙지 못한 상태에서 글로 인사드리는 결례를 용서하시기 바란다"는 말로 시작한 그의 차분한 응수는 '문경지교' 고사성어로 시작됐다.
 
문경지교는 조나라 염파와 인상여의 일화다. 용맹스런 장수인 염파는 제나라를 격파한 공으로 재상자리에 올랐다. 인상여는 환관 가신 출신으로 신분이 매우 낮았지만 당시 초강대국인 진나라의 부당한 요구를 담대하고 뛰어난 언변으로 물리치면서 염파보다 높은 재상자리에 올랐다. 염파는 천출인 인상여를 인정할 수 없다며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별렀고, 인상여는 그런 그를 피해다녔다. 이를 본 인상여의 가신이 실망스러운 나머지 사직하겠다고 하니 인상여가 그를 붙잡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진나라 왕조차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인데, 어찌 염파를 두려워하겠는가? 지금 진나라가 감히 조나라를 침략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있기 때문이네. 두 호랑이가 싸우면 둘 다 온전하기 어렵다네. 그래서 나라의 위급함을 앞세우고, 사사로운 감정은 뒤로 돌린 것이라네." 이 말을 전해들은 염파는 매우 부끄러워하며 형벌 받는 자세로 가시나무 회초리를 지고 인상여의 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고 인상여는 그를 일으켜 세웠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 기꺼이 목이라도 베어줄 수 있는 벗이 되었는데 이를 두고 문경지교라는 말이 생겼다.
 
이 대변인은 "염파와 인상여 이야기가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것은, 공인 자리에 오른 이들의 우정과 갈라섬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라며 "전교조와 교육감의 관계를 조조와 계륵의 관계에 빗대기보다, 염파와 인상여의 관계에 빗대어 생각하는 게 더 생산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955년 당시 중국 부주석 저우언라이의 외교술인 '구동존이 : 협력을 위한 최소주의'를 인용해 "협상의 시기와 과정을 조율하는 것과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다른데 이 사안 하나로 조 교육감을 ‘계륵’이라고 비판하시는 것은 먼 길을 함께 가야 하는 교육청과 전교조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전교조와 단체협약은 지금 체결하더라도 한 달 쯤 뒤에 본안 판결에 따라 효력 여부가 결정이 나는데 (단체협약을 지금 체결하면) 언론은 본안 판결을 앞두고 서둘러 단협을 체결했다고 비판하면서 엄청난 양의 이슈를 생산해낼 것이고 전교조에 색깔을 입히는 보도도 쏟아질 것"이라며 "아직 많이 불만스러우시겠지만, 너무 빨리 판단을 내리지 마시고, 좀 더 긴 안목에서 쇠심줄처럼 끈질기게 조율하며 꾸준히 협력의 길을 모색하면 좋겠다"고 단체협약 체결 거부에 대한 이해를 당부했다.
 
이 대변인 글에 송 전 지부장 역시 다시 응수했다. 그는 25일 SNS에 '친구 같은 적일까, 적 같은 친구일까? 아니면 격렬한 사랑싸움일까?'라는 글을 올렸다. 처음에 비해 짧고 톤도 상당히 낮아졌지만 "궁색한 진영논리로 어물쩍 넘어갈 생각 말고, 진보교육감이면 하나라도 좀 제대로 하세요"라고 매운 한마디를 남겼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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