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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위해 비리사범 사면? 사회정의 위해 조폭 풀어주는 꼴"
노회찬, 기업인 특사 움직임에 직격탄...새정치 "대통령이 밝힌 취지 부합하는지 의문"
2015-07-15 06:00:00 2015-07-15 06:00:00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금 국민들 삶에 어려움이 많은데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공식화했다.
 
박 대통령의 임기반환점(8월 25일)을 앞두고 단행되는 이번 특사는 지난 2014년 1월 설 특사 이상의 대규모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박 대통령이 사면의 이유로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언급해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도 특사대상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여권과 재계에서는 “국가발전형 ‘통 큰 사면’이 필요하다”,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 조치는 어려운 경제에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고, 언론을 통해선 최태원 SK 회장, 최재원 SK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이 등이 특사 및 가석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횡령과 배임 등으로 기업에 피해를 주고 시장경제질서를 어지럽힌 경제사범들을 석방하는 것은 오히려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는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벌총수 등 기업인들은 경제사범이고 특히 ‘특정경제가중처벌법’ 대상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분들을 경제활동을 위해서 풀어준다면 마치 조직폭력배를 풀어주는 논리가 사회정의를 위해서 풀어주는 거하고 뭐가 다르냐”고 꼬집었다.
 
노 전 대표는 “가중처벌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죄질이 무거워서 법률에 의해서 가중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풀어줄 때도 쉽게 풀어줘서는 안 된다”며 “지금 구속돼 있어도 1년에 300억원씩 연봉을 받고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도 뉘우치지 않는 사람들을 풀어주는 데 광복 70주년이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 역시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횡령과 사기 등의 범죄로 징역형을 받고 수감되어 있는 재벌들이 사면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대통령이 밝힌 사면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지원으로 성장한 재벌기업이 경제 난국에서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사면까지 특혜를 받아서는 곤란하다”며 “사회의 지탄을 받는 기업인에 대한 특혜 사면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인 특사’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기업인 특사 여부는 여론 동향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여부를 끝까지 지켜보고 정무적 판단을 거친 후 신중하게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대기업 지배주주,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 제한’을 공약으로 내놓았고, 취임 후에도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로만 대상을 국한해 단 한 차례 특별사면을 실시할 정도로 특별사면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또 2013년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특별사면을 단행하자 “국민 여론에 어긋나고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으며, 지난 4월 28일에도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역대정부의 특별사면권 남발을 비판하며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즉 일관되게 기업인 특사에 부정적이던 박 대통령이 태도를 바꿔 일부 대기업 총수들의 사면을 국민공감대 형성없이 진행한다면 ‘말바꾸기 논란’으로 여론의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청와대는 일단 여론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모양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면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말 외에 우리가 가감할 내용이 없다. 해석은 언론인들의 몫”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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