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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심상치않은 행보..2조 자사주 매입 비밀은?
후계체제 앞두고 경영권 강화..지주회사 전환도 염두
2014-11-27 11:02:23 2014-11-27 11:02:23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가 26일 2조2000억원(시가총액의 1.24%) 자사주매입 결정을 내리자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작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예정된 수순이라는 얘기다.
 
27일 증권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지주회사 전환을 향한 지배구조 변화라는 의견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에 의미가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지만, 시장에서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이재용 부회장 오너 체제를 대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지웅 이트레이트증권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그룹 승계에 결부되는 막대한 세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승계 재원, 바로 향후 배당 수입을 확대할 수 있는 지배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지배구조 변화 방식에는 자사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 역시 "주주가치 제고보다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경영권을 강화하는 목적이 더 짙어 보인다"며 "사업회사-지주회사 분할 시 자사주를 활용해 삼성그룹의 삼성전자 경영 지배력을 높일 수 있고 제일모직 또는 삼성SDS와의 합병으로 이재용 체제를 완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스토마토)
 
실제 그동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사업부문과 지주부문으로 인적 분할되기 전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삼성전자는 종전 보통주 기준 11.1%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자사주 취득을 마치고 나면 보통주는 12.2%, 우선주는 14.1%까지 지분 비중이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의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보유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매도함으로써 의결권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경우에는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어 자사주 취득이 경영권 방어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도 많다.
 
향후 제일모직 상장 이후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선 진행 가능성도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삼성생명(032830)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처리 방법이다. 삼성생명이 어떤 방식으로든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할 경우 삼성생명에게 돌아오는 지분 매각 대금은 상당한 규모다.
 
앞서 증권가 일각에서는 제일모직 상장,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과 함께 삼성생명의 지주회사 인적 분할 및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 금융지주회사 체제가 형성되는 시나리오가 제기된 바 있다. 김지웅 연구원은 "제일모직이 상장한 이후 또 한번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지배구조 변화는 결국 삼성전자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번 자사주 매입이 지배구조 개편 차원이 아니라 주주친화 정책의 하나일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애플, 인텔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도 이익의 90% 수준을 자사주 매입 또는 주주환원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애플의 경우 자사주 매입과 함께 올해 주가가 50% 가까이 오르며 한때 시가총액이 7000억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번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안정화와 주주 친화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세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000년 이후 총 6회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한바 있다"며 "과거 사례 분석결과 6번 중 4번은 단기적(한 달간)으로 주가 상승 추세를 기록했고 이후 모습은 실적 개선 모습에 따라 변동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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