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예고된 위기..위닉스, 제습기 부메랑에 추락
2014-11-11 10:51:59 2014-11-11 10:52:00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위닉스(044340)가 3분기 적자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된다. 주력인 제습기의 부진이 결국 부메랑이 됐다. 제습기 의존도를 탈피하지 못하면서 마땅한 돌파구도 찾지 못했다. 예고된 위기라는 분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위닉스의 3분기 매출액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가량 급감한 349억원으로 추정했다. 수익성도 급격히 악화돼 32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간의 장밋빛 전망을 감안하면 어닝쇼크 수준이다.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고속성장이 예견됐던 올해 제습기 시장이 대기업과 중소 가전업체들의 진출과 20년 만의 마른장마로 사상 초유의 레드오션으로 돌변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위닉스의 경우 매출액 감소가 발생해 적자 전환될 것으로 보이지만 환입된 제습기는 향후 제품 판매로 이어질 것"이라며 "불용재고 우려는 낮다"고 덧붙였다.
 
위닉스는 3분기 실적에 대해 말을 아꼈다. 위닉스 관계자는 다만 "올해 제습기 판매가 저조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다? 하늘만 쳐다보는 제습기
 
제습기 시장은 당초 낙관적 기대로 넘쳐났다. 지난해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았다면 올해는 이보다 두 배 가량 성장한 240만대로 전망됐다. 현실은 달랐다. 지난해보다 못한 수준에 그치면서 업계에 실망감을 가져다줬다. 
 
위닉스의 성공을 지켜보던 기업들이 너도나도 제습기 시장에 진입, 경쟁자가 넘쳐난 데다 결정적으로 날씨 또한 도와주지 않았다.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등 대기업이 위협적으로 인버터 제습기를 출시하고 막대한 물량 및 마케팅 공세를 퍼부었다. 코웨이(021240), 대유위니아, 쿠쿠전자(192400), 신일산업(002700) 등 중견가전 기업들도 가세했다.
 
이 때만 해도 "단일 가전제품으로는 가장 많은 CF가 방영되는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지난해의 제습기 붐이 또 한 번 재현되는 듯했다. 시장 과열과 공급 과잉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내 묻혔다. 
 
결과는 우려대로였다. 극심한 소비심리 위축에 마른장마가 겹치면서 제습기를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성수기인 여름철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위닉스의 지난 9월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20% 늘어나는 등 반짝효과도 있었지만 재고떨이를 위한 가격할인이 주요 배경이었다는 분석이다.
 
하늘만 쳐다본 끝에 하늘 탓만 하게 되는 제습기로 마무리됐다.
 
◇제습기만 쳐다보던 위닉스..부메랑으로 돌아온 실적
 
제습기에 사활을 걸고 대기업과 경쟁에 나섰던 위닉스에게 이번 여름은 결정타가 됐다.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411억원에서 올 상반기 기준 907억원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공급물량 부족에 시달렸던 터라 생산물량을 급격히 늘렸지만 이는 재고로 쌓였다. 지난 5일에는 운전자금 조달을 위해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합병후 위닉스 매출액 추이 전망(자료=위닉스 IR)
시장에서는 위닉스의 부진이 예고된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위닉스의 제습기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강점이자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그럼에도 위닉스는 올 여름 제습기 시장을 낙관했다. 폭발적인 성장세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 전망,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
 
실제로 위닉스는 제습기 판매에 절대적으로 좌우되고 있다. 2012년 위닉스의 제습기 매출은 603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0배가 넘는 1176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 2578억원 중에서 제습기 매출액은 1176억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 중 46%를 차지하는 편중성을 보였다.
 
위닉스는 올해도 장밋빛 전망만으로 시장을 낙관했다.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면서 우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이는 자연스레 제습기 판매의 전제조건이 됐다. 이를 근거로 판매법인인 위니맥스와의 합병 후 올해 매출을 지난해보다 두 배 넘는 5270억원으로 올려 잡았다. 제습기에서만 3549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67%에 달하는 수치다.
 
◇제습기 이을 차기전략은..글쎄?
 
열교환 시스템 부품으로 시작한 위닉스는 제습기와 에어워셔,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제품(완제품)으로 매출 비중을 점차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제습기와 함께 성장을 담보할 위닉스의 차기 전략은 아직까지 미미하기만 하다.
 
내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제습기 판매 비중을 67~68%로 유지하면서 공기청정기와 에어워셔, 스파클링 머신 매출 비중을 1~2% 정도 높여가겠다는 것인데, 제습기 비중이 너무 높아 시장 상황에 따라 상당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치명적인 구조적 결함이다.
 
제습기를 이을 차기 제품 판매 전략도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 위닉스는 제습기 판매에 올인하다가 탄산수 정수기인 '소다스프레스' 의 마케팅 시점을 놓치는가 하면, 내수용 공기청정기 역시 내년에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강점인 제습기를 기반으로 나머지 사업군을 늘려간다는 계획이었지만 제습기 시장이 추락하면서 나머지 사업들까지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위닉스는 제습기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 지난해 '대박'이 났지만, 이는 역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을 때의 위기도 내포하고 있었다"면서 "제습기 시장이 올해 망가졌으니 나름 전략 수정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작업은 필수"라고 조언했다.
 
위닉스는 이달 중순께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