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인사이드)"국민이 고발하면 수사해야 한다"..갑갑한 검찰
입력 : 2014-08-23 11:35:54 수정 : 2014-08-23 11:40:05
서울 서초동에 '손님들'의 방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높으신 국회의원 손님들의 방문이 부쩍 늘었습니다. '철피아'나 '입법로비'의혹 사건 등으로 검찰 수사대상이 되신 분들입니다.
 
이 외에도 방문 가능성이 점쳐지는 의원 손님 중에는 권은희(40·광주 광산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권 의원은 지난달 14일 자유청년연합 등 보수단체로부터 위증혐의 등으로 고발당했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1, 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을 했다는 혐의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주변주사를 모두 마친 다음에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부르겠다"며 권 의원에 대한 소환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9월 중 소환될 예정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소환조사야 그렇다 치고 검찰은 권 의원을 위증혐의로 기소할 수 있을까요? 오늘 검찰 인사이드는 이 부분을 짚어볼까 합니다.
 
▶"국민이 고발하면 검찰은 수사해야 한다"
 
검찰 관계자들이 늘 말하는 것이지만 검찰은 국민이 고발하면 수사를 해야 합니다. 설령 '무혐의'처분을 내리더라도 말이지요. 때문에 답이 뻔한 고발을 접수할 때면 검찰도 갑갑한 눈치입니다.
 
최근 검찰 관계자는 권 의원의 소환조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형법상 '위증'에 대한 강의로 갈음했습니다. 검찰 관계자의 강의를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진술을 했다고 해서 위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검찰 관계자는 강의의 전제로 이 명제(법률용어로는 범죄의 구성요건 해당성이라고 합니다.)를 꺼내들었습니다.
 
잠깐 형법을 살펴보면 형법 152조는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의 '허위의 진술'이 바로 위증입니다.
 
그러나 허위의 진술, 즉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진술을 했다고 덮어놓고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검찰 관계자의 말을 계속 들어봅니다.
 
▶"사람 친 검은차를 회색차라고 하면 처벌 못해"
 
"교통사고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는데 검은 승용차에 치어 사람이 사망한 것을 회색 승용차에 치어 죽었다고 했을 경우는 위증으로 처벌할 수 없다. 위증죄의 구성요건을 보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진술을 했을 때 처벌한다고 되어 있지 않다. 본인의 기억에 반해 허위로 증언해야 위증죄로 처벌된다."
 
객관적 진실이야 한밤중에 자동차의 색깔을 잘못 기억하는 것 처럼 상황에 따라서 달리 인식될 수 있지만, 본인의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한다는 것은 '허위' 또는 '거짓'이라는 인식을 하면서 고의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형사상 '위증'으로 처벌된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렇다면 권 의원은 김 전 청장에 대한 재판시 증인으로 나와 법정에서 위증한 것으로 처벌 받을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해 법원이 김 전 청장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으니 유죄라고 주장하며 증언한 권 의원의 진술을 위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 전 청장의 혐의를 두고 권 의원이 진술한 것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보면 '신빙성이 없다'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그 중에는 객관적 사실에 반한 '허위'라고 까지 지적한 부분도 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법원이 '허위'라고 했으니 검찰은 스스로 권 의원을 위증 혐의로 수사를 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권 의원, 기억에 반하는 진술 했는지가 핵심"
 
검찰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적어도 권 의원은 객관적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허위의 진술을 한 것이 아닐 경우 처벌은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권 의원이 잘못 알고 있는 상황에서 진술한 것일 경우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어느 순간에 잘못된 보고가 수정이 되었을 수가 있는데, 그런 것들이 중간에 교정되고 권 의원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법정에서 자기가 알고 있는 것과 반대의 진술을 했는지가 위증 수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때문에 이런 상황을 확인하려면 보다 많은 참고인 수사와 각종 증거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증거를 찾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항소심 재판부는 "가령 권 전 과장의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대부분 디지털증거분석이 이뤄지기 전과 언론발표 전후의 정황에 관한 것뿐"이라며 "공소사실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권 의원의 법정진술은 김 전 청장의 공소사실 판단과 거리가 있다는 겁니다.
 
이 외에 검찰은 또 하나의 고민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 전 청장의 재판을 사실상 끌고 온 것이 권 의원의 진술이기 때문입니다. 권 의원은 김 전 청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검찰의 핵심카드였습니다.
 
▶권 의원의 '위증' 기소는 논리적 모순
 
그런 만큼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검찰이 권 의원을 위증죄로 기소한다면, 김 전 청장에 대한 재판과는 심각한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 됩니다.
 
검찰은 어쩌면 권 의원을 위증혐의로 고발한다는 고발장을 받는 순간부터 답을 직감적으로 알아채고 갑갑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수사는 계속 됩니다. "국민이 고발하면 검찰은 수사해야 한다" 이것이 검찰의 의무이니까요. <끝>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5월 선거법 위반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사건과 관련 검찰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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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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