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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 비더만 애슐리메디슨 대표 “불륜은 아주 좋은 사업”
2014-03-30 20:05:40 2014-03-30 20:09:30
[홍콩=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불륜은 인간의 오랜 행태이면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다. 2012년 미국 성행동연구소가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지 기혼남성의 23%가, 기혼여성의 19%가 불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관련 설문을 찾기 힘들지만 대법원이 발간한 ‘2013 사법연감’에 따르면 이혼사유로서 ‘배우자 부정’이 7.6%를 기록, 3위를 차지했다. 첫 번째 사유로 꼽힌 ‘성격차이’가 통상 형식적인 표현으로 쓰인다는 것을 감안하면 불륜에 의한 이혼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만약 누군가 불륜을 중개하는 사업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매춘업과 다를 게 뭐야. 그것은 미친 짓이야”부터, “흠. 욕은 먹겠지만 돈은 되겠어”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헌데 실제 그런 서비스가 있고, 이미 한국시장에 들어왔다면? 북미를 거점으로 하는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 ‘애슐리메디슨’의 이야기다.
 
애슐리메디슨의 서비스 형태는 간단하다. 간단히 프로필을 작성해 올리면 성향에 맞춰 파트너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다른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와 달리 모든 정보는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되며, 계정삭제 및 탈퇴도 자유롭다.
 
수익모델은 부분유료화로서 연락 혹은 라이브채팅을 시도하면 이용료가 부과된다. 흥미로운 점은 여성은 공짜라는 것. 원래는 연결이 됐을 때 둘 중 하나가 내야하는데 99% 남성이 냈기 때문이라나.
 
최근 <뉴스토마토>는 홍콩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 진출에 나선 애슐리메디슨의 노엘 비더만을 만났다. 스스로를 창업자 겸 대표이사 겸 ‘죄인’이라 소개한 그는 대체로 피곤한 모습이었다.
 
◇ 홍콩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가진 노엘 비더만 CEO (사진=뉴스토마토)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첫 질문에 “매우 바쁘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 및 비즈니스 미팅으로 하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사업이 나날이 확장되는 모습이 좋았던지 성실하게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노엘 비더만이 애슐리메디슨을 만든 것은 2001년, 무려 13년 전이다. 당시 그는 캐나다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스포츠 에이전시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판검사가 아닌 스포츠 분야에서 일하게 된 계기를 “체육특기생으로 대학을 가지 못한 게 한이 될 정도로 운동에 관심이 많았고, 일반 법학도와 다르게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 마음도 은연 중에 있었다”고 말했다.
 
에이전시에서 생활하면서 그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에 주목했는데 많은 선수들이 넘치는 에너지와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바람을 핀다는 것이다. 이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면서 그는 “분명 많은 사람들이 외도를 한다. 이를 사업화하면 대박이 날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창업 초반에는 쉽지 않았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 적었고 비즈니스에 대한 노하우, 경험 모두 부족했다. 무엇보다도 그를 힘들게 한 것은 사람들의 색안경이다.
 
“흔히 애슐리메디슨을 두고 ‘반짝성공’이라고 한다. 하지만 성공에 이르기까지 무려 5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자본을 유치하려고 해도 ‘죄악사업’이라며 투자자들은 등을 돌렸고, TV나 라디오에 마케팅을 하려고 해도 번번이 거절당했다.”
 
창업자 노엘 비더만의 지분율은 10%에 남짓하며 회사 순이익 50%는 배당에 쓰인다. 아직 애슐리메디슨이 비상장사라는 것을 감안하면 수차례 불리한 조건으로 투자를 받았다는 이야기다. 그가 얼마나 자본에 목이 말랐는지, 또 얼마나 열악한 경영환경에 놓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애슐리메디슨은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구글, 페이팔 등과 제휴를 맺으면서 마케팅 및 결제 문제를 해소한 덕분이다. 그리고 지난해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뉴욕 소재의 헤지펀드로부터 600억원 규모의 융자를 받기까지 했다. 거만한 월스트리트조차 ‘돈 냄새’를 맡고 접근한 것이다.
 
덕분에 사업은 순항하는 상황. 전세계 2200만명 가입자를 두고 있으며, 연매출은 2012년 1000억원에서 2013년 1400억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현재 노엘 비더만이 가장 관심을 갖고 보는 지역은 아시아 시장이다. 이미 일본과 홍콩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냈다. 그 다음으로 한국과 타이완을 공략할 것이며, 태국과 필리핀 등에도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 애슐리메디슨 사이트 (사진=애슐리메디슨)
 
여기서 혹자는 창업자의 사상과 가치관에 의문을 표할 수 있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불륜으로 사업을 한다는 게 말이 되냐”는 문제제기 말이다. 하지만 예상 외로 노엘 비더만은 정상적인 가정을 갖고 있으며, 부인과도 돈독한 관계다. 이에 기자는 “만약 당신의 부인이 애슐리메디슨을 사용한다면 어떻겠냐”는 과감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매우 슬프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저 나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인데 부인은 물론 부인과 관계를 가진 사람도 비난할 수 없다”는 답변이다.
 
그에 따르면 여러 연구결과가 보여주듯이 사람은 번식에 대한 욕구가 있으며 일부일처제에 만족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일부일처제란 불변하는 원칙도 아니고 그저 사람들이 오랜 기간 유지했던 합의에 불과하다.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굳이 가정을 파괴하지 않고 차라리 외도를 하는 게 효과적이다. 
 
“북미나 유럽이야 그런 생각이 허용이 되더라도 아시아는 다르다. 특히 국내에는 간통죄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반론에도 그는 “문화적 차이야 있을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조사결과를 봤을 때 불륜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한국만 하더라도 서비스 오픈 전에도 무려 11만명이 가입을 신청했다”고 답했다.
 
애슐리메디슨은 그저 커뮤니케이션 툴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만약 이마저도 막으려고 한다면 간통을 부추기는 매스미디어는 물론 그 매개체가 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통신 네트워크, 실제 행위가 이뤄지는 호텔 또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노엘 비더만 (사진제공=애슐리메디슨)
 
애슐리메디슨의 기업비전은 간단명료하다. 불륜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이고 사람들이 더욱 자유로운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듀크대학교와 손잡고 남녀 연애행태에 관한 연구 및 강연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글로벌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2010년 실패했던 기업공개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노엘 비더만은 “확실한 것은 우리의 DNA 속에는 일부일처제란 없고, 불륜은 지극히 인간적인 현상”이라며 “애슐리메디슨 또한 사기나 협잡이 아닌 아주 좋은 비즈니스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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